통신사 로밍 서비스는 다른 방법들처럼 데이터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더해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등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할인해준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와 인터넷 전화 등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대체할 수단은 많다.
이동통신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4일 공개한 ‘제27차 이동통신 기획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년 이내에 해외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 가운데 과반수(52%)는 음성통화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음성통화를 한 사람은 18%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주로 데이터를 사용하는 활동에 쓰였다. 해외 스마트폰 활용 용도 조사(복수응답 가능)에서 가장 많이 쓰인 기능은 지도, 길 찾기와 정보 검색(모두 64%)이었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데이터 요금이 저렴한 서비스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통신사의 로밍상품 이용 만족도는 36%로 선불유심칩(69%)과 포켓와이파이(70%)과 비교해 매우 낮았다. 통신사의 로밍상품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1위는 ‘가격이 비싸서(70%)’였다.
이통3사의 해외로밍 데이터 요금은 각 유형별로 가장 싼 통신사를 선택하더라도 선불 유심칩 구매 등 다른 방법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
LG유플러스에서 새롭게 내놓은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로밍 요금제’는 하루 1만3200원으로 속도 제어 없이 해외로밍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8일 동안 속도 제어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선불 유심칩은 인터넷에서 2만3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통신사를 통한 데이터 로밍이 약 4.42배 비싼 셈이다.
무제한이 아니라 데이터를 직접 구매할 때도 마찬가지다. 선불 유심칩을 사용해 일본에서 500MB의 데이터를 구매할 때 발생하는 요금은 1500엔(약 1만4500원) 정도다. 하지만 SK텔레콤에서 유료로 판매하는 해외 데이터 요금은 300MB에 5만5천 원이다.
일정 기간 대량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요금제도 상황은 비슷하다. SK텔레콤의 아시아 패스는 아시아 지역에서 5일 동안 2GB의 데이터와 저속 무제한 데이터를 2만5천 원에 제공한다. 반면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선불 유심칩을 사용한다면 8일 동안 같은 서비스를 1만3천 원에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외 로밍은 현지 통신사와 국내 통신사를 연결시키기 위해 각종 장비 등의 부수적 투자가 들어간다”며 “현지 통신사의 유심칩을 사서 쓰는 것보다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가격 격차가 줄어든다면 통신사 로밍이 지닌 장점들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여지는 충분하다.
통신사 로밍은 선불 유심칩 구매, 포켓 와이파이 등의 다른 방법보다 이용이 간편하고 데이터 사용 뿐 아니라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송수신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사의 로밍은 자기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자기 번호를 쓰게 되면 방문 국가의 영사관 등에서 안내 문자를 계속 받을 수 있는 등 안전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선불 유심칩, 포켓 와이파이 등을 판매·대여하는 서비스 ‘말톡’의 관계자는 “통신사 로밍 서비스가 다른 방법보다 훨씬 편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통신사 로밍 서비스의) 가격이 계속 내려간다면 선불 유심칩이나 포켓 와이파이를 판매하고 대여하는 시장이 점점 작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