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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사진=뉴시스> |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퇴짜 놓은 지 하루도 안돼 개선책을 내놨다. ‘박심’을 읽는 정치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위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행정에 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장관은 지난 17일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에서 “해수부 내에 있는 기존 규제심의위원회를 확대해 규제개혁특별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미 오전 간부회의에서 특위신설 검토를 지시했다”며 정부의 규제혁신 분위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장관의 이런 발빠른 움직임은 해수부 규제가 많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이 장관은 “해수부 규제는 1,400여개로 정부 부처 중 두 번째로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가장 많은 등록 규제를 가진 부처는 국토교통부로 총 2,442개에 달한다. 해양수산부는 1,492개의 규제를 보유해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박 대통령이 이날 예정됐던 규제개혁장관회의를 돌연 연기한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읽고 신속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규제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해수부도 지금까지와 다른 각오로 해볼 생각”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분석을 내놓게 한다.
박 대통령은 17일로 예정됐던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오는 20일로 미뤘다. 회의 명칭도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로 바꿨다. 이에 따라 회의에 참여하게 되는 민간 기업인들의 수가 대폭 늘게 됐다. 박 대통령이 규제를 ‘쳐부숴야 할 원수’라며 강한 규제혁파의 뜻을 밝혀왔음에도 각 부처가 ‘박심’을 읽지 못했기에 회의가 퇴짜를 맞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따라서 장관들은 박 대통령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개선안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이 장관이 가장 먼저 구체적 방안을 선보인 것이다.
이 장관은 “기존의 규제위원회에 민간 전문가와 정책 수요자들을 더 많이 참여시켜 새로운 시각으로 규제완화를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회의 확대 방안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 장관은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민간인을 임명할지는 검토하고 있다”며 “일단 참여범위를 최대한 확대하고 전문가와 토론을 거쳐 적극적으로 규제혁신 대상을 찾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수부는 박 대통령이 5년 만에 야심차게 부활시킨 부서다. 박 대통령은 해양수산업을 국가 신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취임 직전 해수부를 신설했다. 그만큼 해수부를 맡은 이 장관의 어깨는 무겁다. 특히 전임자인 윤진숙 전 장관이 잇따른 기이한 언행과 무책임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물러났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장관은 4선의 ‘친박계 중진 정치인’이다. 당연히 전문성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 보고서에도 “관련분야의 경험이 부족해 이른 시일 내에 전문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라는 내용이 실렸다. 전문성 부족은 이 장관이 임기 내내 안고 가야할 약점이다.
이 장관은 이런 약점들을 특유의 정치력으로 덮으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이 장관을 발탁한 까닭은 정무적 감각을 갖춘 인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주문 하나하나에 제대로 반응하는 것이 전문성 논란을 딛고 ‘장수장관’으로 가는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이 장관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크루즈사업육성사업법’을 4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장관은 “크루즈 관광객이 엄청나게 늘고 있는데 법적인 대비를 안 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법안 필요성에 대해 설명을 많이 하면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대통령의 방침대로 당장 손대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규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장관은 “안전이나 해양환경보전 및 자원보전을 위한 규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