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를 인상하는 쪽으로 섣불리 정책의 방향을 잡았다가 향후 부동산시장이 다시 들썩이게 되면 정부가 더 이상 손쓸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다. 이미 시장 안정화라는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 카드를 최대한 늦게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
1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를 보인 점도 보유세 인상의 속도조절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한국은행이 23일 내놓은 1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1468조 원의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등을 통틀어 582조4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이 둔화하긴 했으나 여전히 주택을 구매하기 위한 대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보유세를 강화하게 되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부담과 더불어 세금 부담까지 늘어나게 돼 가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보유세 강화가 조세 부담의 형평성 맞추기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정부가 최근 서울 강남권 집값 하락만을 이유로 보유세 인상폭을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초 기자간담회에서 “공평과세와 과세의 합리화를 위해 보유세 개편을 추진하겠다”며 “조세 부담의 형평성과 거래세와 보유세의 비중,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거래세를 낮추는 동시에 보유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보유세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산하기구인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강병구 위원장도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보유세는 다른 세목과 비교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적을 뿐 아니라 집값 변동폭을 축소하고 주택거품 문제를 완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여러 부동산대책이 종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고 있는데 보유세를 인상하는 대신 거래세를 낮추면 주택매매시장의 둔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