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5-27 00: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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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제협력사업의 재개를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경협보험이나 교역보험을 재정비해 놓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 남북 경제협력사업 재개에 앞서 보험제도 개선 필요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 대부분이 개성공단이 재가동한다면 다시 입주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뜻을 보이고 있다.
▲ DMZ 비무장지대 인근서 바라본 북한 기정동 마을과 개성공단 입주 건물들.<뉴시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국내 기업들은 개성공단의 장점으로 저렴한 노동력과 원활한 소통, 북한 노동자들의 근면함과 뛰어난 손재주 등을 꼽으며 다시 개성공단에 공장을 열고 싶어 한다.
4월30일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101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96%가 재입주를 고려하거나(69.3%) 무조건 재입주하겠다(26.7%)고 답변했다.
이런 개성공단의 산업적 경쟁력과 재입주 희망의사에도 불구하고 남북 사이의 민감한 관계 속에서 피해를 입었던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에 기업들은 확실한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사업 재개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상사는 1990년 북한 경공업무역회사와 거래를 맺고 양말 제작설비 150대와 보조기계 52대 등을 반출했으나 대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해 애를 태웠고 결국 1993년과 1994년 두 차례에 걸쳐 수출보험공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2008년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는가 하면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5·24 조치’가 내려져 관련 사업을 하던 400개가 넘는 기업들이 대부분 파산해 현재 80% 이상이 휴폐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대응으로 정부가 개성공단을 전면 폐쇄함에 따라 입주기업들은 7861억 원가량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남북 경협 추진에 앞서 안전장치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보험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사업을 한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입을 모아 보험제도 개선을 향한 바람을 드러냈다.
1997년 한국무역협회가 남북교역 실적이 있는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기업(45%)들이 ‘보험 등 지원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2001년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북한과 위탁가공교역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 61개사 가운데 39% 기업들이 ‘보증·보험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전쟁 위험, 약정 불이행 위험, 불가항력 위험 등 비상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며 “국내외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원활하게 남북 경협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경협보험과 교역보험 제도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협보험 교역보험, 무엇을 고쳐야 할까
경협보험과 교역보험의 관리주체는 통일부이며 기금 수탁관리기관이자 운영기관 역할은 수출입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경협보험은 공장과 기계설비 등 투자자산을 대상으로 하고 교역보험은 원자재나 완제품 등 재고자산을 대상으로 남북 간 교역 및 경제협력사업의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민족의 봄’을 개봉하고 있다.<뉴시스>
경협보험은 2004년 도입한 이후 보상한도를 확대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기업의 실질적 손실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지적됐다. 교역보험은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인식과 불편한 가입절차로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경협보험은 기업별 보험가입 보장한도를 2004년 20억 원에서 2006년 50억 원, 2009년 70억 원으로 세 차례 조정했지만 여전히 북한 사업 실정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 연구위원은 “과거 보험사고 패턴을 살펴봤을 때 경협보험 사고는 발생 빈도는 낮지만 한 번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액 규모가 크다”며 “지금 기준으로는 기업의 피해를 보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 후 104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급된 보험금은 모두 2945억 원으로 한 기업마다 28억3천만 원가량의 보험금 정도가 지급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기업 활동이 어려워졌을 때를 대비해 북측에도 책임을 물릴 수 있도록 남북 공동 합영보험회사 설립도 검토됐다.
안 연구위원은 “남측 기업의 불신을 없애는 등 원활한 보험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남북 공동 합영 보험회사 설립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일방적 행정조치로 기업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워졌을 때 북한 측으로부터도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위험담보 등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