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휴대폰 리스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이 휴대폰 리스를 시작하면 국내 휴대폰 유통구조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6일 휴대폰 리스사업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가가 필요한 만큼 휴대폰 리스사업 진출 여부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확답을 주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현재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손잡고 휴대폰 리스사업을 하기 위해 과기정통부에 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전망한다.
SK텔레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돼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려면 과기정통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휴대폰 리스란 가입자가 통신사로부터 휴대폰을 빌려 매달 사용료를 내면서 쓰다가 계약기간이 끝나면 반납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와 달리 휴대폰 리스는 아직 국내에서 생소하다.
휴대폰 리스는 맥쿼리가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구입해 SK텔레콤 고객에게 사용료를 받고 대여해주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대리점 등 유통채널도 지원한다.
휴대폰 리스사업은 소비자들의 휴대폰 구매 방식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휴대폰 구입과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함께 하면서 휴대폰 값을 할부로 지급한다. 할부 구입에는 할부수수료가 따라 붙는다. 하지만 리스를 이용하면 이러한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또 리스 가격을 산정할 때는 휴대폰 잔존가치를 뺀 금액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할부보다 유리하다.
예를 들어 출고가 100만 원의 휴대폰을 리스할 때 2년 뒤 중고 휴대폰의 잔존가치가 2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소비자는 24개월 동안 80만 원만 나누어 내면 된다. 24개월 동안 휴대폰 가격 100만 원에 할부수수료까지 내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휴대폰 가격이 100만 원에 육박하는 등 계속 오르고 있는데 휴대폰 리스가 소비자 부담을 줄여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미 미국에서는 일부 통신사를 중심으로 휴대폰 리스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 리스는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단말기 자급제란 소비자가 휴대폰 구입과 이동통신 가입을 따로 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3월 ‘갤럭시S9’를 출시해 두 달 만에 국내에서 100만 대를 판매했는데 이 가운데 자급제용 갤럭시S9가 10만 대 이상을 차지하는 등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
SK텔레콤이 휴대폰 리스사업을 시작하면 앞으로 고가의 휴대폰을 리스해 저렴한 알뜰폰 서비스에 가입하는 방식의 새로운 소비형태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휴대폰 리스가 이동통신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오기 힘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리스가 활성화된 자동차와 비교하면 휴대폰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이 때문에 휴대폰 리스시장이 자동차 리스시장처럼 커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휴대폰 교체주기가 길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휴대폰 리스 수요가 기대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