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역성장하며 완연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스마트폰이 과거 PC시장과 같은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관측은 업계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약 10년 동안 스마트폰시장을 양분하며 전성기를 누려 왔지만 이제 스마트폰사업의 부진을 만회할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더욱 무거워졌다.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 |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굳어져 버린 사업구조와 전략을 완전히 뒤바꾸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스마트폰시장의 전반적 침체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홈페이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3% 줄었다. 지난해 4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나타났던 역성장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스마트폰 성능과 디자인 변화가 한계를 맞은 상황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 이외에는 반등 계기를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졌던 PC시장의 급격한 침체가 이미 스마트폰시장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재현되기 시작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사업 전략에도 이런 시장 변화에 대비하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 기능과 디자인 발전으로 수요를 자극하는 방식이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파악해 약 2년 전부터 변화를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스마트폰업체들도 이런 전략을 뒤따르기 시작하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은 적어도 몇 년 안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다. 현재 실적에 기여하는 대부분의 사업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는다. 나머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콘텐츠와 액세서리사업도 모두 아이폰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파생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이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운 비중을 책임지는 데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도 대부분 자체 모바일사업이나 애플 등 스마트폰업체를 주요 매출처로 두고 있다.
애플은 기존 아이폰 사용자 기반을 통해 얻는 수익을 늘리려는 목표를 두고 앱과 동영상, 게임 등 콘텐츠사업 성장에 가장 크게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과 넷플릭스 등 기존의 콘텐츠 유통서비스 강자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애플이 뒤늦게 콘텐츠사업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 애플 아이폰X(왼쪽)과 삼성전자 갤럭시S9플러스. |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가전과 전장부품 등 신사업에서 스마트폰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중장기적 목표를 앞세우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전제품과 자동차 전장부품 특성으로 볼 때 시장의 규모가 아직 크지 않고 사용자의 제품 교체주기도 상대적으로 길어 스마트폰사업의 대안으로 자리잡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고민은 그동안 스마트폰에 실적을 의존하고 있던 제조사뿐 아니라 구글과 같은 IT서비스기업, 반도체 등 스마트폰 부품에 집중하던 업체들이 공유하고 있는 최대 난제다.
삼성전자와 애플과 같은 글로벌 전자업계 선두기업들이 스마트폰 다음 시대를 놓고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결국 IT산업 전반의 생태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전자전문매체 씨넷은 "스마트폰시장 침체의 영향에서 대부분의 전자업체가 자유로울 수 없다"며 "애플과 같은 선두기업이 신사업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