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8-05-13 00: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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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자동차 전장부품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성장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익성이 좋은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에서 새 길을 찾고 있다.
▲ 이윤태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종석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각각 주력인 적층세라믹콘덴서와 카메라모듈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전장사업에서 기회를 넓히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부터 중국 텐진 빈하이 공장에 자동차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라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자동차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능력을 월 30억 개 수준으로 기존보다 5배가량 늘릴 계획도 세워뒀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기가 지난해 적층세라믹콘덴서를 신규로 공급하게 되면서 매출 규모가 빠르게 늘어났다”며 “(2018년에는)자동차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도 시장 성장에 따른 사업 기회를 지켜봐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매출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자동차용 적층세라믹콘덴서와 카메라모듈 등 매출 규모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확대할 계획도 세워뒀다.
LG이노텍은 모바일용 카메라모듈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전장붚무시장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이 글로벌 모바일용 카메라모듈시장에서 구축한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주요 완성차 회사들로부터 이미 카메라모듈 관련 수주를 따내고 있다”며 “자동차용 카메라모듈사업에서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LG이노텍은 1분기 차량 부품 신규 수주액이 8800억 원에 이르러 수주 잔고는 10조5천억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수주 목표금액인 3조원 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계열사의 인수합병에 따른 효과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세계적 카오디오회사 하만을, LG전자는 글로벌 자동차용 헤드램프회사 ZKW를 인수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고객사 기반을 넓힐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동으로 개발한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지털 콕핏'이 카메라모듈을 중심으로 상당히 좋은 시장 반응을 이끌어냈다"며 "삼성전기가 카메라모듈 공급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LG이노텍 역시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굵직한 완성차회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ZKW의 네트워크에 힘입어 향후 자동차용 카메라모듈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힐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전체 매출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높지 않다. 지난해 기준 LG이노텍의 전장사업 매출 비중은 16.1%에 그쳤고 이마저도 손실을 냈다. 삼성전기 역시 주력인 적층세라믹콘덴서 가운데 자동차 전장부품의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가 자동차 부품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자율주행이나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시장이 커지면서 카메라모듈, 적층세라믹콘덴서 등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릭틱스는 자율주행,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수요가 커지면서 2020년 전 세계 자동차 전장부품시장 규모가 3033억 달러(한화 약 34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최근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전기차는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적층세라믹콘덴서를 사용한다. KB증권에 따르면 2020년 전기차 한 대당 탑재되는 적층세라믹콘덴서는 3만 개로 2016년 7천 개에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스마트폰 부품산업이 정체기에 접어든 점도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자동차 부품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자동차용 부품은 평균 판매단가가 비싸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보탬이 된다. 자동차 부품은 온도나 외부 충격 등 환경 변화에도 기존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내구성이 중요해 제조공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생산단가도 높다.
그동안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LG이노텍은 애플에 스마트폰용 부품을 공급하며 대부분의 매출을 올렸지만 스마트폰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예전만큼의 실적을 올리기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 증가율은 1.3%로 전년과 비교해 2%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3억 대 규모로 추산됐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길어진 데다 휴대폰산업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이 성숙기에 이른 탓”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