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5-11 16: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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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이 중국에서 징역을 받으면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매각설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탁경영 기간 안에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하려 한다면 매각 가치를 올리기까지 시간이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
▲ 중국 안방보험 로고.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하이시 제1중급인민법원은 10일 652억 위안(11조1천억 원)가량의 자금을 불법모집하며 사기, 배임, 횡령 행위를 벌인 혐의로 우 전 회장에게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중국 역대 금융범죄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의 사기금액으로 나타난 만큼 1조77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추징금도 뒤따랐다.
중국 덩샤오핑 외손녀 사위로 잘 알려진 우 전 회장은 안방보험 창립자다. 징역을 18년이나 선고받은 데다 중국 고위층 사이 알력 다툼에 밀렸다는 말도 나오는 만큼 안방보험으로의 경영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 전 회장은 무분별한 해외 인수합병으로 중국 정부의 눈총을 받았는데 경영권을 중국 금융당국에 빼앗겼다.
중국 정부는 안방보험의 경영을 내년 2월까지 맡기로 했는데 최근 중국 정부의 행보를 미뤄볼 때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이 소유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위탁경영 기간 안에 처분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지난해부터 시진핑 중국 주석은 불법 외화 유출 혐의가 있는 중국 재벌들이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안방보험, 화신에너지, 완다그룹, 밍톈그룹, 푸싱그룹 등 중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을 ‘회색 코뿔소’로 지목하며 이들에 대대적 조사와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예젠밍 화신에너지 회장도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상하이시가 당분간 화신에너지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화신에너지는 지난해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최근 불발로 끝이 났다. 매각 측인 카타르의 국부펀드 카타르투자청(QIA)과 글렌코어는 ‘불확실한 화신에너지의 내부 사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도 해외로 자금을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중국 사정당국의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밍톈그룹에 자산 매각 압력을 넣어 왔다.
완다그룹 역시 지난해 중국 정부의 해외 투자 단속으로 자금난에 처했고 결국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과 해외 자산을 매각했다.
최근 한두 달 사이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가 국내 금융지주사와 접촉을 시도하고 중국에서 동양생명 등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에 돌입했다는 말이 쏟아졌던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몇 개월 안에 매각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놓고는 의구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동양생명은 최근 매각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며 “최대주주 리스크는 이미 수개월 동안 주가에 반영된 것이고 매각설이 이렇게 시장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매각 가치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동양생명의 저축성보험 위주의 사업구조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동양생명은 중국 안방보험이 성장해왔던 영업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2016년부터 2017년까지 3조 원대까지 저축성보험을 늘리면서 몸집을 키웠다. ABL생명도 2015년 10월 이후 판매를 중단했던 저축성보험 판매를 지난해 대폭 늘렸다.
동양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보장성보험 위주로 사업구조로 바꾸는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데 지금은 과도기 단계다.
김 연구원은 “올해는 동양생명이 저축성보험을 통해 이뤘던 외형 성장 기조를 다시 가치 중심으로 다듬는 시기로 당분간 일시납 매출 감소 등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새 국제회계기준 아래 건전한 생명보험사인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도 그렇게 높지 않다.
동양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211.2%로 생보사 평균인 267.6%를 밑돈다. 25개 생보사 가운데 17위 수준이다. ABL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245%로 집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