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8-05-09 14:54:00
확대축소
공유하기
SK텔레콤의 보안회사 ADT캡스 인수를 놓고 시너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가격이 높다는 평가도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통신과 보안의 시너지에 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든다”며 “국내 보안시장은 대기업이 장악한 구도로 점유율 확장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SK텔레콤은 8일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공동으로 보안회사 ADT캡스를 1조276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SK텔레콤은 손자회사 NSOK를 통해 보안사업을 하고 있는데 ADT캡스를 인수하면 국내 보안시장에서 32%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SK텔레콤은 보안사업에 통신기술을 접목해 ADT캡스의 매출을 2021년까지 1조 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ADT캡스가 2017년 매출 7217억 원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매년 10% 가까이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ADT캡스가 단기간에 점유율을 확대해 매출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DT캡스의 최근 3년 동안 매출 증가율이 연평균 4.1%로 국내 보안시장의 평균을 밑돌았다는 점도 그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국내 보안시장은 에스원(56%), ADT캡스(28%), KT텔레캅(12%) 등 등 3강체제로 고착화되어 있어 점유율을 확대하려면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물리보안에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다만 SK텔레콤의 보안사업 확대가 업계 1위인 에스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텔레콤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물리보안에 적용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원이나 KT텔레캅이 이미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에스원은 2017년 인공지능을 접목한 얼굴인식 출입관리시스템을 선보였고 KT텔레캅도 같은 해 KT의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보안 서비스를 내놓았다.
SK텔레콤은 2014년 보안과 통신의 시너지를 노리고 중소보안회사 NSOK를 인수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6년 NSOK를 SK텔링크 자회사로 두고 알뜰폰과의 시너지를 시도했지만 이 또한 성과가 미미했다.
ADT캡스 인수가격을 고려하면 시너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은 SK텔레콤에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ADT캡스 인수가격은 1조2760억이지만 부채 1조6960억 원도 함께 떠안아 실질적 인수가격은 2조9700억 원에 이른다.
ADT캡스보다 2배 이상의 매출을 내는 에스원의 시가총액이 3조5천억 원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인수가격이 다소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순차입금은 2017년 말 기준 4조5300억 원으로 재무적으로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시너지를 통해 ADT캡스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투자자들로부터 인수가격이 높지 않다는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ADT캡스가 SK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극대화해 성장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학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ADT캡스는 SK그룹의 건물관리 서비스 및 기업보안, SK텔레콤의 유선인터넷과 인터넷TV(IPTV)를 연계해 시장점유율을 단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며 "에스원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경영권까지 인수했다는 점에서 비싸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