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TV패널 수요 증가에 대응해 대형 LCD 생산량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대형 LCD패널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악재가 될 수도 있다.
▲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올해 전 세계 LCD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대형 LCD패널의 공급 과잉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고가의 대형 패널 생산을 늘리면서 업황에 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파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삼성전자의 TV패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LCD패널의 생산량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공급 과잉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형 TV 판매 확대로 올해 TV사업 전략의 가닥을 잡았다"며 "삼성전자가 패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에 대비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이 내놓은 시장조사기관 IHS 자료에 따르면 1분기에 삼성디스플레이의 55인치 LCD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14.4%, 65인치는 같은 기간 36.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 확대로 LG디스플레이가 대형 패널에서 수익성을 방어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구조적 업황 악화가 실적에 계속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LCD패널 수급 차질을 겪자 올해 초 사상 처음으로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의 대형 TV패널도 공급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패널 출하량을 늘려 삼성전자의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능력을 갖추면 LG디스플레이의 공급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등 다른 사업에서 큰 적자를 보고 있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CD패널에서 실적 반등이 절실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연구원은 "TV 제조사들이 LCD패널 재고 확보에 소극적인 반면 중국 패널업체의 생산량은 하반기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급 상황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