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8-05-08 16: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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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자산운용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등을 유도하는 ‘스튜어드십코드’에 맞춰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운영에 참여하는 범위를 넓히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국내 자산운용사(사모펀드 포함) 23곳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의견을 내고 있는 회사로 꼽힌다.
▲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회사의 의결권 행사 등에 사용되는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기관투자자의 투자책임을 강화하고 투자를 받은 기업의 가치도 높이는 수단으로 쓰인다.
KB자산운용은 스튜어드십코드에 투자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주기적 점검, 수탁자의 책임 이행에 필요한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을 행사한 내용과 이유 공개 등을 포함했다.
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바탕으로 2018년 들어 컴투스(15.2%), 골프존(18.4%), 광주신세계(9.7%) 등 투자기업 3곳의 기업 경영사안에 의견을 냈다.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는 최근 골프존의 3월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골프복합문화센터 ‘조이마루’ 사업부의 양수 승인 결의를 취소하는 내용의 소송을 대전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투자기업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스튜어드십코드를 근거로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졌는데 승인 의결을 막지 못하자 법적 공방에 들어간 것이다.
KB자산운용은 골프존이 조이마루사업부를 모회사 골프존뉴딘으로부터 넘겨받는 방안을 추진하자 “골프존의 조이마루 양수계약은 주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판단돼 2대주주로서 이 계약 안건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보냈다.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 관계자는 “골프존이 연간 매출 46억 원에 그치는 적자사업부인 조이마루사업부를 949억 원에 인수하려 하고 이 안건의 결의 과정에서 상법상 특별한 이해관계인인 골프존유원홀딩스가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골프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른 주주의 관여행위로서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4월 말 광주신세계에도 질문서를 보내 회사의 수익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의 하락세와 늦어지고 있는 랜드마크 복합시설의 사업 진척사항에 관해 질문했다.
1월 초 컴투스에도 자기자본이익률의 하락세에 관련된 회사의 생각, 유상증자한 1800억 원의 사용계획, 주주정책의 방향성을 질문하면서 송병준 컴투스 대표이사와 면담을 요청했다.
이를 통해 KB자산운용은 2월 초 컴투스 기업설명회에서 연간 배당성향을 10~15%로 유지하도록 힘쓰겠다는 내용 등의 답변을 받았다.
이 답변이 컴투스 주가의 3월 초 상승세에 영향을 미치면서 KB자산운용의 투자이익이 늘어나는 데에 실제 도움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KB자산운용은 정부에서 연기금과 금융회사들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적용을 권장하는 데에 발을 맞춰 관련 행보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7월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다른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 등의 참여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KB자산운용이 가치주(기업의 내재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평가된 회사) 투자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스튜어드십코드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자산운용이 운영하는 'KB밸류포커스펀드'와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는 중소형 가치주에 투자하는 대표 펀드로 꼽힌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우리는 다른 회사보다 중소형주의 운용 비중이 높아 펀드매니저와 연구원들이 기업을 자주 찾으면서 투자대상기업의 이해도를 높게 쌓았다"며 "펀드의 운용규모도 큰 편이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라 수탁자의 책임을 적극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