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5-08 15: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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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관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금감원의 판단과 차이가 나면 금감원이 감당하기 힘든 비난과 송사에 휩싸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의혹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폭락해 4거래일 만에 시가총액 8조 원가량이 날아가 버렸고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집단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분식회계와 다른 결론이 나온다면 의혹 수준의 일을 미리부터 언론에 흘린 금감원을 상대로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오전 최근 사태가 불거진 원인을 금감원에 돌리는 내용의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실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으로부터 보안 유의사항을 전달받고 언급을 자제해 왔는데 오히려 금감원 취재 등을 바탕으로 언론에 알려지면서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감리절차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민감한 사안이 무분별하게 공개되고 노출돼 크나큰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3대 회계법인과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이 내놓은 ‘적정’ 자료들을 들고 회계에 이상이 없다고 방어막을 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가 확정되고 중징계 등 제재가 내려지면 감사를 맡았던 삼정·안진·삼일회계법인에도 커다란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들은 전문가 지식으로 중무장해 치열한 논리싸움을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굵직한 지침을 안내하고 세부적 사항은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많은 만큼 전문가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르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금감원의 ‘잘못된 판단’에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이 과거 판단을 번복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를 다시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스스로 감독당국으로서 무게감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2016년에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위반 가능성을 놓고도 ‘문제없음’으로 회신한 것이 알려져 ‘금감원의 이중잣대론’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때는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 왜 이제 와서 다른 이야기를 하느냐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여부를 가리기 위한 회계감리는 왜 통과시켰냐는 질문에 금감원은 “당시 비상장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리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실시했다”고 설명해 '책임 전가론'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금감원은 상장 직전 기업이 분식회계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감리는 금감원의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입장을 번복한 적이 없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처럼 뒤늦게 문제를 삼을 것이었으면 위탁자 위치에 있었던 금감원이 당시 수탁자인 공인회계사회의 결과물을 그냥 넘길 것이 아니라 차라리 재감리를 했어야 했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게재한 의견문을 두고 금감원의 위상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금감원은 감사원의 적발로 채용비리가 드러나고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불미스러운 일로 원장이 교체되는 등 악재가 많았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관리감독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도 듣는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결정을 번복했던 일들이 더러 있었던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놓고 증선위가 금감원의 판단과 차이가 있는 결론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케이뱅크 은행업 예비인가에 금감원이 ‘부적절’ 의견을 냈음에도 금융위는 유권해석을 통해 케이뱅크에 인가를 내주었다. 효성의 회계부정과 관련해서도 금융위가 금감원의 결정보다 낮은 수위로 완화한 징계를 내린 일도 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