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생애주기펀드(TDF, Target Date Fund)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지키기 위해 힘쓴다.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고수익률,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협업 등을 앞세워 잇달아 상품을 내놓으며 고령화 시대에 맞는 전략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 삼성자산운용, 생애주기펀드시장 선점 효과 ‘톡톡’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증권사의 새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생애주기펀드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 생애주기펀드(TDF)의 자산배분곡선 예시.<미래에셋은퇴연구소> |
생애주기펀드란 투자자의 은퇴 시기를 목표시점으로 정한 뒤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 자산배분 프로그램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펀드를 말한다.
투자자가 30대일 때는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쫓고 은퇴 연령에 가까워지면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 위험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생애주기펀드시장은 고령화와 맞물리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2016년 4월 업계 최초로 생애주기펀드 상품을 내놓은 뒤 2년여 만에 펀드의 자산 규모가 1조 원을 넘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4월9일 기준으로 국내에 출시된 생애주기펀드 상품 49개의 운용자산 규모는 1조248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은 4202억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면서 운용자산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47% 차지하며 생애주기펀드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3%, 한국투자신탁운용이 1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뒤를 쫓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캐피탈그룹과 제휴를 맺고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한 생애주기펀드 13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체 생애주기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2017년 말 기준으로 1조 달러(1100조 원)를 넘는 등 대중화된 상품인데 캐피탈그룹은 미국에서 운용자산 규모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4위(536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자산관리 명가’로 불리는 삼성자산운용답게 발 빠르게 선진국 자산관리 흐름을 잡아내고 해외 자산운용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전영묵, 생애주기펀드시장 1위 지킬까
전임자인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생애주기펀드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의 입지를 다져놓은 만큼 올해 3월 취임한 전영묵 대표이사 사장은 이를 지키고 더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 사장은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30여 년 동안 자산운용업을 다룬 전문가로 지속가능한 투자를 선호하는 인물로 꼽힌다.
삼성생명의 강점으로 꼽히는 장기투자 노하우와 단기투자에 강점이 있는 삼성자산운용의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애주기펀드는 고객의 은퇴시기에 맞춰 중장기적으로 운용되는 자산관리상품인 만큼 전 사장의 경험이 십분발휘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다만 생애주기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는 만큼 삼성자산운용의 선두 지위는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보장될 수 없어 보인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생애주기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인정받는 금융상품이 된 만큼 생애주기펀드시장은 앞으로 은퇴자산 금융상품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며 "생애주기펀드시장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생애주기펀드 상품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6년 4월 삼성자산운용이 생애주기펀드 상품을 내놓은 뒤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7개 자산운용사가 잇따라 생애주기펀드 상품을 출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투자전략을 바탕으로 한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빠르게 생애주기펀드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4월 말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수익률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년 펀드가 1년 수익률 14.47%로 업계 생애주기펀드 가운데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0년 펀드가 12.10%로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자산운용사와 협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설계한 상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대형 미국 자산운용사들과 협업을 통해 도약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생애주기펀드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티 로 프라이스와 손잡고 ‘알아서 펀드 시리즈’를 내놓으며 삼성자산운용을 추격할 채비를 하고 있다.
KB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각각 해외 자산운용사인 미국 뱅가드, 멀티에셋솔루션과 각각 협업해 지난해 생애주기펀드 상품을 내놓으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