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사태와 저축은행 사태는 사실상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실패로 초래된 것이다.”
“예상된 위험은 더 이상 위험이 아니라고 했다.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위험이 예상되는데도 명시적 대응책을 내지 않고 있다.”
“동양 사태는 재벌기업 대주주의 부도덕한 행위가 발단이었으나 위험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책임도 컸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그동안 금융당국을 향해 거침없이 쏟아냈던 말들이다.
그는 다양한 금융정책을 놓고 뚜렷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말만이 아니라 풍부한 이론과 지식을 갖춰 많은 곳에서 금융관련 자문 의뢰를 받았다.
윤 원장은 2010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금융업계와 학계 전문가 76명을 대표해 금융정책 수립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다시 윤 원장을 찾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부탁했다.
지금까지 많은 매체들의 기고를 통해서도 금융 현안의 문제점을 짚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 왔다.
이렇게 금융당국에 쓴소리를 쏟아냈던 그가 금감원장에 올라 금융개혁의 기치를 올리려 한다.
‘감놔라 배놔라’하던 위치에서 ‘직접 따내야 하는’ 신분이 된 것이다.
윤 원장의 내정 소식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금융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말이 나온다.
그의 행적을 살펴보면 뼛속까지 금융개혁자인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내정자의 제청 소식을 듣고 “재벌과 관료들이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금융회사들이 홍역을 치렀던 주제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리스크’를 윤 원장은 2011년부터 지적했다.
윤 원장은 7년 전부터 금융회사들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최고경영자(CEO)를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진보적 성향의 금융경제학자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재벌들이 자본시장을 망치고 있다는 의견도 누차 피력해왔다.
그는 지난해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으로 활동했을 때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가 이건희 차명계좌에 과징금과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
당시 금융위가 이를 개선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강하게 밀어붙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금감원장으로서 재벌개혁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초부득삼(初不得三).
처음에 이루지 못 한 것도 세 번째 시도에서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로 꾸준히 하면 성공한다는 뜻이다.
민간출신 금감원장이 금융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시도가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시선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