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선위에서도 회계처리 위반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금감원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선위 결정에 불복한다면 법적으로 강력 대응할 것이라 으름장을 놓았다.
지금은 딱히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는 회계법인들도 이 문제가 정면대결 양상으로 커지면 격렬한 공방에 적극 들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회계처리를 적발하지 못하고 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준 감사인의 책임은 무겁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전에 감사인으로부터 먼저 회계처리 변경을 권유받았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혐의로 안진회계법인이 1년 영업정지를 받고 어려움을 겪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분식회계로 판정이 난다면 회계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당시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에 있어서 제1의 책임자인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문제가 생긴다면 가장 적극적으로 방어 태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정회계법인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배력 상실의 타당성에 동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공정가치에도 긍정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지배회사가 종속회사에 연결기준을 적용하다가 지배력을 잃었다는 판단이 들면 지분법을 적용하게 된다. 실제로 주식을 팔아 지분율이 떨어져서 지분법을 적용한 것이라면 주식가치를 처분한 가격으로 평가해야 하지만 실제로 판 주식이 없기 때문에 공정가치로 주식을 팔았다가 다시 산 것처럼 회계처리를 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공정가치를 현금흐름할인모형(DCF)을 통해 4조8천억 원짜리로 평가했다. 장부에 적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순자산가치는 2905억 원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다시 산다면 4조8천억 원을 줘야한다고 계산한 것이다.
이 커다란 공정가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에서 ‘관계기업투자주식’으로 그대로 올라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은 1조3600억 원(2014년 말)에서 5조9600억 원(2015년 말)이 됐다. 또 공정가치와 원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순자산의 차이가 평가차익으로 반영돼 적자를 벗어난 적 없던 순이익이 단숨에 1조9천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삼정 회계법인은 이 모든 과정을 살펴본 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배력 상실의 시점과 재무재표의 숫자들에 왜곡된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적정 의견을 냈다.
지난해 안진회계법인에게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묵인·방조 혐의’라는 뚜렷한 잘못이 있었지만 이번 일은 삼성회계법인의 전문가적 판단에 금감원이 '잘못된 판단'이라고 제동을 건 것이므로 회계처리를 둘러싼 치열한 논리 싸움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안진회계법인은 2016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사를 맡았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
회계감사기준 710 문단18에 따르면 감사인이 처음 감사를 맡게 됐을 때 기초 잔액에 중요한 왜곡표시가 있다면 경영진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전임 감사인에게 이를 통보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안진회계법인은 2015년 말 잔액에 중요한 왜곡표시가 없다고 판단하고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2016년 감사보고서에 “안진회계법인이 비교표시 목적으로 첨부한 2015년 12월 31일 재무상태표는 다른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받은 재무상태표와 중요성의 관점에서 차이가 없다”는 기타사항을 붙였다.
삼일회계법인은 삼성물산 감사를 2015년부터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계처리 논란에 얽혀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는 지배회사로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연결대상으로 끌고 온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연결기준 중심의 회계처리를 강조하는 만큼 연결 감사인의 책임을 강화해놓았다. 지배회사 감사인은 종속회사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감사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지배회사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종속회사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감사절차의 적합성을 평가해야 하는 만큼 이번 회계처리가 문제가 된다면 떠안게 될 책임이 만만치 않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형 회계법인 세 곳에서 자체 심리실까지 통과했고 워낙 큰 이슈라 관련 부서에서 모두 꼼꼼하게 살펴봤을텐데 금감원의 논리라면 IFRS로 가치평가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IFRS가 워낙 애매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러면 모든 회계감사를 금감원의 질의회신을 받고 진행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