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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구속수감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던 ‘조현아 파문’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불똥이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진에어 전무가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그라지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야당은 조 회장 일가 전체의 경영일선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조 회장은 한진그룹 경영은 물론이고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31일 논평을 내 “21세기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기업이자 국적항공사를 운영하고 있는 총수 일가의 가족문화가 이 지경이라면 조양호 회장 일가는 대한항공 경영 일선에서 모두 퇴진해야 마땅하다"며 오너 일가 전체의 퇴진을 촉구했다.
김정현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부대변인은 “대한항공의 오늘은 태극문양이 새겨진 국적항공기를 타고 중동의 열사의 사막으로, 독일의 탄광과 병원으로 세계 곳곳을 누빈 대한민국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이들의 애국심과 눈물로 오늘의 대한항공과 대한민국이 있었는데도 대한항공을 개인소유물로 여긴다면 기업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수석부대변인은 “국적항공사로서 위치도 재검토해봐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진정성 있는 답변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양호 회장은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구속돼 수감된 데 이어 막내딸 조현민 전무도 구설수에 휩싸이면서 야당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는 최악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
외신들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구속을 재벌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분노라고 해석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조현아 사건은 경제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놓인 재벌가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조현아 사건은 재벌기업에 대한 대중들의 격렬한 반응에 불을 붙인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 사건과 관련해 “조현아의 아비로서 자식교육을 잘못시킨 제 잘못”이라고 사죄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적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이 직접 사태 수습의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경우 한진그룹이 더욱 위기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정기 임원인사는 물론이고 내년도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이런 표류상황은 한진그룹 전체 계열사로 확대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은 31일 오전 7시45분경 평소와 같이 출근했지만 침통한 표정이었다”며 “회사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위원장의 업무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염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올림픽전문매체인 ‘인사이드 더 게임스’는 29일 조 회장이 위원장으로서 입지가 흔들리면서 스폰서 유치 등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평창동계올림픽의 국내 스폰서십 판매 수익 규모가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해 지난해와 올해 각각 110억 원과 105억 원의 차입금으로 부족한 사업비를 메우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서 조 회장이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한진그룹 경영뿐 아니라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의 순조로운 올림픽 준비를 위해서도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