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투자증권이 퇴직연금사업 물량을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크게 의존해 왔던 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앞두고 계열사 내부거래와 관련해 규제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을 정하고 금융그룹들의 자발적 변화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투자증권은 1분기에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퇴직연금사업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투자증권은 2018년 1분기에 영업이익 252억 원, 순이익 172억 원을 거뒀다. 2017년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은 81.6%, 순이익은 61.3%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대차투자증권은 2018년 3월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의 83.7%가 현대차그룹 계열사로부터 나왔고 증권사 가운데 계열사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투자증권은 퇴직연금사업, 투자은행(IB), 소매금융 등 3개 부문을 주요 사업부분으로 삼고 있는데 퇴직연금사업은 증권사 가운데 적립액이 가장 많다.
현대차투자증권 퇴직연금 적립액은 9조9381억 원이다. 퇴직연금사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데에는 계열사 지원물량 덕이 컸던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25일 금융그룹 통합감독 간담회에서 그룹 차원에서 자본이 지닌 리스크를 관리하라고 당부하며 현대차그룹을 퇴직연금과 관련해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큰 곳으로 꼽았다.
2013년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계열사 퇴직연금 비중을 50% 이하로 줄이자며 자율적 노력을 하기로 결의했지만 현대차투자증권(당시 HMC투자증권)과 현대라이프생명은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차투자증권은 결의 전 2012년 12월 말 퇴직연금 계열사물량 비중이 91%였다. 2018년 3월 말까지 7.3%포인트 떨어뜨리는 데 그쳤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2012년 12월 말 퇴직연금에서 계열사 물량 비중이 81.9%에 이르렀다가 2018년 3월 말까지 54.9%포인트 낮아졌다. 삼성증권도 같은 기간 7%에서 3.1%포인트 줄어들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본격적으로 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 건전성, 그룹 리스크에 관해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기로 한 만큼 현대차투자증권도 퇴직연금 계열사 물량 의존도를 낮추라는 압박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모범규준 초안’에 따르면 제11조에서는 내부거래가 금융그룹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감시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제12조에서는 금융그룹에서 계열사 동반부실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 관계자는 “전체 수익구조를 보면 계열사 의존도는 퇴직연금에 국한된다”며 “퇴직연금과 관련해서도 운용관리와 사업역량을 강화해 일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