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A그룹의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해외 판매 노하우로 국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후발주자의 추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차태진 AIA생명 대표이사.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AIA그룹이 한국에 지점 형태로 있던 AIA생명을 법인으로 전환한 뒤 차태진 AIA생명 대표이사는 가장 먼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AIA바이탈리티 걸작 암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내놨다
건강증진형 보험이란 보험가입자가 걷기운동 등 건강개선 활동을 하도록 유인하는 보험상품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술과 보험이 결합한 인슈어테크 가운데 하나다.
AIA바이탈리티 걸작 암보험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보험가입자의 걸음 수를 측정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월 보험료를 10% 할인해준다.
걸으면 보험료가 작아진다는 말을 줄여 ‘걸작’이라는 명칭을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이 오래 전에 나왔지만 아직 국내에는 없는 상황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017년12월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AIA생명이 가장 먼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내놓았다.
미국에서는 보험 스타트업 오스카헬스가 2015년 걸음 수에 따라 상품권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영국 푸르덴셜생명은 건강등급을 개선할 때마다 보험혜택을 제공하고 중국 중안보험도 당뇨환자에게 혈당 수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있다.
AIA바이탈리티는 이미 호주,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10개 나라에 20여 년 동안 판매된 보험상품으로 시장 경쟁력은 어느 정도 검증된 셈이다.
AIA생명이 국내에서 1987년부터 지점 형태로 영업을 해오다 2018년 1월1일 법인으로 전환한 점은 AIA바이탈리티의 판매도 긍정적 여건이 되고 있다.
AIA생명은 현재 국내에서 47개 영업지점을 두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지점을 법인 밑에 두기로 했다. 영업지점이 늘어나면 상품 판로도 다각화되는 만큼 AIA바이탈리티 걸작 암보험의 판매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차 대표는 “법인 전환을 기점으로 한국에서 영업망을 확대하고 혁신적 보험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AIA생명은 AIA바이탈리티를 한국형으로 만들어 내놓기 위해 다른 업종의 회사들과 협력도 추진하기로 했다. 유통, 카드, 헬스케어, 웰빙푸드, 엔터테인먼트 등 회사와 손잡고 AIA바이탈리티를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역할까지 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의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다른 보험사들도 속속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만들고 있어 AIA생명은 후발주자와 차별화 전략에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ING생명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국민체력100'을 내놓고 배타적 사용권까지 획득해 AIA생명의 시장 선점에 가장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국민체력100은 1년 동안 하루 1만 보 걷기를 달성하면 월보험료의 1.5배 또는 50만 원까지 돌려주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으로 1일 출시됐다. 배타적 사용권을 얻어 다른 보험사는 3개월 동안 유사한 상품을 출시할 수 없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은 보상형 건강관리앱 개발업체 캐시워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회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AIA는 선발주자이기는 하지만 다른 보험회사 상품과 차별화된 강점을 만들어야 하고 비의료행위인 건강관리와 의료행위를 구분하는 기준 등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어 정책의 변화도 유심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