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이 맞닥뜨린 상황과 김 사장이 마주하고 있는 요즘 카드업계는 별반 다르지 않다.
가맹점의 결제수수료율 인하, 우대수수료율 적용범위 확대, 최고금리 인하, 조달금리 인상, 수수료 정률제 도입 등 카드회사들이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악재의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다.
어려운 가맹점을 지원하기 위해 결제수수료율을 내리고 우대받는 가맹점도 늘리라고 정부는 압박한다. 당장 카드회사는 순이익 하락을 겪고 있다.
받을 수 있는 최고금리는 내렸고 시장 조달금리는 오르고 있어 자금상황에 압박을 받는데다 2018년 7월부터 카드수수료 원가의 한 부분인 밴(VAN) 수수료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는 점도 카드사들의 고민거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년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2017년 카드사들은 전체 순이익이 전년보다 32.3% 감소했다.
롯데카드도 별다른 수를 내지 못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순이익 468억6300만 원을 거뒀는데 전년보다 57.6% 떨어졌다. 최근 10여 년 동안 1천억 원대 순이익을 올렸지만 2007년(554억 원)에 1천억 원 아래로 내려간 치욕의 상황을 10년 만에 또 만들었다. 평상시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2월 롯데카드 대표를 맡았을 때 롯데카드 성장에 새로운 기점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팎으로 받았다.
김 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금고지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롯데그룹 내부에서 금융통 측근으로 꼽힌다.
롯데자산개발 창립 때인 2007년부터 10년 동안 대표를 맡을 만큼 신 회장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롯데그룹에서 한 계열사 대표를 10년 연속 맡는 것은 매우 이례적 일로 평가된다.
롯데카드의 대표이사들이 여러 이유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을 했던 가운데 총애를 받고 있는 김 사장이 롯데카드를 맡았으니 위기를 털어내고 롯데카드의 전성기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했다.
박상훈 전 롯데카드 사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금융감독원의 해임 권고를 받아 연임 한 달여 만에 사임했다.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도 롯데그룹 차원의 횡령 및 ·임 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임기를 한 달 남기고 사임했다.
김 사장은 내년 2월 임기를 마치는데 올해 칼을 뽑았다. 취임 1년 차에는 경영환경과 조직문화 등을 살피고 전략을 준비했다.
‘롯데카드만의 색깔찾기’ 전략의 일환으로 브랜드를 새 단장했다. 롯데카드에서 7년 만의 시도다.
김 사장은 취임식에서 “지금처럼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불확실성을 이겨내려면 롯데카드만의 전략, 롯데카드만의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고객의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든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I’m(아임) 카드’ 라인업을 내놓았다. 카드를 쓰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가장 ‘나다운’ 카드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아 ‘I'm WONDERFUL’, ‘I'm CHEERFUL’, ‘I'm HEARTFUL’, ‘I'm JOYFUL’, ‘I'm GREAT’ 카드 5종을 출시했다.
김 사장은 베트남 현지 카드사 인수를 통해 국내 카드사 가운데 최초로 베트남 신용카드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해외 카드사업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롯데카드는 3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신용카드사인 ‘테크콤파이낸스’의 지분 100% 인수를 승인받았다.
우선 롯데마트 등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그룹 계열사를 지원하는 업무로 시작해 중장기적으로 신용카드와 할부금융, 소비자대출 등 다양한 영업을 펼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사장은 지난해 성적표가 좋지 않아 존재감을 보이는 데 성공하지 못한 만큼 올해 가시적 성과를 올려야 할 것"이라며 "임기가 2년인 만큼 시간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앞으로 경영행보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