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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지분 매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된다.
◆ 박삼구의 계열사 인수, 매각일정 따라 달라져
26일 재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금호고속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지분 매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심하고 있다.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가치는 3천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최대 1조 원대까지 지분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금호타이어 지분 42%를 채권단으로부터 인수하려면 적어도 7천억 원 정도는 들 것으로 추산된다.
금호고속 지분의 가치도 최소 3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한 사모펀드인 IBK케이스톤은 금호고속 매각을 통해 5천억 원 수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 회장이 이들 회사를 인수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매각일정이다.
채권단이 지분을 언제 매각하는지에 따라 박 회장의 인수자금 마련방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금호산업 지분 인수에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
금호산업 지분 매각이 내년 1월부터 절차에 들어가는 데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를 보유한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대부분을 거느리고 있다. 따라서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금호타이어를 제외한 그룹 계열사 대부분에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박 회장이 금호고속을 인수하게 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를 활용해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수월해진다.
금호타이어의 매각일정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추후 논의를 통해 매각 관련 일정을 확정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면 내년 하반기에 금호타이어 지분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
박 회장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금호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를 모두 손에 넣은 뒤 그 다음에 금호타이어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의 자금이나 지분을 활용해 금호타이어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은 금호고속의 인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 금호고속을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은 이미 금호아시아그룹을 통해 금호리조트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금호고속이 참여하지 않도록 해 금호리조트를 금호아시아나그룹 손에 넣었다”며 “금호고속은 기업의 모태라는 상징성도 있고 1년에 500억 원 정도의 현금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알짜회사지만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와 비교하면 전략적 가치나 기업규모 면에서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 박삼구, 금호산업 인수 넘어야 할 산 많아
박 회장이 당장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문가들은 박 회장이 자력으로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박 회장은 2011년 4090억 원에 이르는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전부 매각했지만 대부분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유상증자 자금으로 썼다.
물론 박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이 거액의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투자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은 과거에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매각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신뢰를 잃었고 최근 금호고속을 놓고 사모펀드와 갈등을 빚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박 회장이 금호산업 입찰에서 탈락한 2위 사업자와 손을 잡고 금호산업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 경우 박 회장은 독자적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11일부터 금호산업의 주식을 사들여 현재 6.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박 회장의 금호산업 지분율 5.3%보다도 높다.
호반건설의 현금 동원능력은 3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현재의 자금력에 더해 미래에셋 등 재무적투자자들과 손을 잡을 경우 금호산업 인수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입찰에 참여할 지 미지수지만 금호산업의 주식 매입 규모로 볼 때 단순한 투자수준은 넘어섰다”고 말했다.
또 업계에서 유통업계를 비롯한 제3의 세력이 아시아나항공을 노리고 금호산업을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여러 산업과 시너지를 내기 좋은 회사”라며 “국책항공사가 매물로 나오는 기회가 흔치 않아 이를 노리는 세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