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두 명의 금감원장 모두 ‘최단 기간 금감원장’이라는 기록을 경신하며 자리에서 물러나 청와대의 다음 금감원장 인선에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민간 출신이 현재 금융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오히려 그들의 과거에 발목이 잡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에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민간 출신의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최초 민간 출신 원장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등장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금융권에 개혁과 적폐청산을 이뤄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민간에서 있었던 일로 낙마했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 역시 최초 정치인 출신 원장으로 금감원에 입성했지만 국회의원 시절 과거에 덜미를 잡혔다.
이 두 명의 금감원장 모두 ‘과거의 일이 관행상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내보였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다'고는 하지만 어느 곳에 몸을 담고 있었는지에 따라 그것이 ‘먼지’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규범이나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관료조직보다 일반 사기업이나 정치권에 오랜 세월을 몸담고 있었다면 아무래도 위험에 노출돼 있었을 가능성이 많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가 금융당국의 수장 자리를 놓고 ‘충격요법’을 고집한 것이 결국 금감원 자체의 위상을 흔들어놓는 계기를 마련한 꼴이 됐다는 비난도 함께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무결’한 민간출신 인사 찾기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에 관료 출신을 선택하면 개혁 의지가 한발 후퇴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따라 최 전 원장이 시도했던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나름 의미가 있는 행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과정 속에서 금융회사들과 적지 않은 마찰을 빚었고 아직 완결되지 못했지만 예전같으면 건드리지도 못했던 문제라는 것이다.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안고 있던 김 전 원장의 등장만으로도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알아서 처분해 지배구조 정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로부터 쉴새없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금감원 설립 이래 12명의 금감원장 가운데 최근 최 전 원장과 김 전 원장을 제외한 모든 원장들은 모두 정통 재무관료 출신이었고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정체돼 있다는 비난은 오래 전부터 나왔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개혁’ ‘충격’ ‘변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제대로 된 인사검증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금융당국의 기본적 역할을 망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후보자가 나오면 도덕성과 전문성, 개혁성이 모두 동시에 부각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인사검증의 벽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