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을 ‘금감원의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하고 김기식 금감원장과는 ‘한팀’을 강조하며 문 대통령의 기조에 발맞췄지만 그 의미가 퇴색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개혁’을 앞세워 실시한 금감원 인사는 결과적으로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사상 첫 민간 출신인 최흥식 전 금감원장과 사상 첫 시민단체·정치인 출신인 김기식 원장은 각각 ‘KEB하나은행 채용비리’와 ‘외유성 출장’ 논란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금감원장의 잇따른 낙마로 금융당국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금융위는 금융정책 및 감독과 관련해 포괄적 권한을 지니고 있고 금감원은 감독과 관련해 구체적 집행과 실무를 다루는 성격이 짙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와 직접 소통하고 금융시장의 야전에서 뛸 손발을 모두 들고 있기 때문에 금감원이 제 기능을 못하면 금융위도 답답해 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 조직이 빠르게 안정을 찾지 못하면 금융위가 추진하는 금융정책 재편과 감독 강화, 소비자 보호 등 주요 과제들도 차질없이 진행되기 어렵다.
지난해 말부터 금감원을 대상으로 한 관리감독 권한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신경전을 벌여 결국 금융위 소관 조직으로 남겨둔 이유이기도 하다.
최 위원장과 함께 행보할 금감원장이 논란에 휩싸이거나 비어있게 되면서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나란히 같은 목소리를 낸 지도 한 달을 넘어가고 있다.
금감원장이 짧은 기간에 잇달아 바뀌면서 금융정책의 일관성이 제대로 유지될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 수장이 올 때마다 중점을 두는 분야가 달라지면서 금융회사와 금융 소비자 등이 금융위와 금감원을 향한 신뢰를 쌓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전 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시각도 최 위원장에게 압박감을 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13일 인사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은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며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통 관료 출신인 최 위원장을 비롯해 관료조직인 금융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시각으로 해석되면서 금융위 내부에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조선업과 한국GM, 금호타이어 등 굵직한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전임자였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비교해 최 위원장이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KDB산업은행에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야당의 정치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새 금감원장 임명이 지지부진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최 위원장이 그 기간에 존재감을 더욱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