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04-13 15: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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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의 몸값을 놓고 본격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시간을 끌며 ING생명의 몸값을 낮추려고 하자 MBK파트너스도 ‘제값’을 받기 위해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가 ING생명을 인수할 유력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신한금융지주와 ING생명은 둘 다 정해진 것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회사(SPC)인 라이프투자유한회사를 통해 ING생명 지분 59.15%를 보유하고 있다. ING생명이 지난해 상장한 뒤 몸값이 크게 뛰어오른 만큼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매각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서로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본격적 협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지주는 인수합병에 사용할 수 있는 자본여력과 ING생명의 적정가치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가 내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1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규모가 크고 이중레버리지비율도 120%대 중반 이상이기 때문에 추가 자금 조달은 유상증자 형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ING생명 예상매각가격이 2조5천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조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야 되는 셈이다.
대규모 유상증자가 부담스러운 만큼 신한금융지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ING생명의 몸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ING생명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ING생명 지분 59.15%의 가치는 12일 종가 기준으로 2조1천억 원 수준으로 최근 3개월 동안 종가 기준 최고점이었던 2월1일(6만2100원)과 비교하면 주가는 30% 이상 떨어졌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예상 매각가격도 3조 원대에서 2조5천억 원대로 낮아졌다.
2018년 말에 ING그룹으로부터 받은 ‘ING생명’ 브랜드의 사용기한이 끝나기 때문에 하반기에 접어들면 ING생명의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ING생명을 놓고 신한금융지주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던 KB금융지주가 최근 ING생명 인수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ING생명을 더욱 꼼꼼히 살펴볼 여유도 생겼다.
MBK파트너스도 ING생명을 올해 꼭 팔아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ING생명을 1조8400억 원에 사들인 뒤 배당과 상장 등을 통해 지금까지 1조5천억 원 이상을 회수했고 올해 3월부터 ING생명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배당 형태로 자금을 추가로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ING생명 매각만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비쳐지지 않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ING생명’ 브랜드의 사용기한이 끝나는 것에 대비해 새로 사용할 이름과 로고 등을 만들 예산도 마련하는 등 ING생명을 급하게 팔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로움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금융회사뿐 아니라 해외 금융회사들로 ING생명 인수후보를 확대하면서 ING생명의 ‘제값’을 받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ING생명은 16~20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해외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여는데 이 자리에서 해외 금융회사들의 ING생명 인수의사를 타진해볼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위한 기싸움을 펼치면서 각각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