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삼정KPMG회계법인의 경영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을 지금보다 40% 줄이는 내용 등의 자구계획안에 STX조선해양 노사가 합의할 것을 요구해 왔다.
산업은행은 10일 밤 보도자료에서도 “STX조선해양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컨설팅 수준 이상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해 수용 여부를 빨리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컨설팅 결과에는 STX조선해양이 고정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생산직 직원 695명 가운데 75%(500명)을 내보내는 방안이 제시됐다.
STX조선해양이 이 방안을 따르면 생산직 직원 400명이 본사에서 사내 협력회사로 소속을 옮기고 100명은 희망퇴직하게 된다.
그러나 STX조선해양 노사는 생산직 인력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되 임금을 삭감하고 복지혜택도 축소해 고정적 비용의 40%를 줄이는 효과를 내는 데에 합의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STX조선해양 생산직 직원들이 앞으로 5년 동안 순번을 정해 6개월 동안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내용 등이 노사확약서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 노사의 합의안을 따르면 향후 업황이 회복되고 수주물량이 늘어날 때 노조에서 임금 인상이나 복지혜택 확대 등을 요구하면서 고정적 비용이 다시 증가할 수도 있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기업 구조조정에서 ‘원칙론’을 중시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회장이 STX조선해양의 노사확약서를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출 마감시한은 지났지만 어렵사리 노사확약서를 만들어 왔고 내용이 제시한 것과 조금 다르다고 무조건 받아들이지 못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은 당장 만기인 회사채 등이 없어 금호타이어와 달리 마감시한의 의미가 크지 않다”며 “STX조선해양 노사가 방법은 다르더라도 컨설팅 결과대로 고정적 비용의 40% 감축을 충족하는 방안을 내놓아 산업은행도 체면을 지킬 길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산자부, 금융위 등 관계기관도 이전보다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10일 당시 STX조선해양의 노사협의를 놓고 “인력과 급여를 얼마나 줄일지가 주요 내용인데 그런 부분에서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전환을 선택하면 성동조선해양에 이어 중견급 조선사 2곳이 모두 법정관리를 받게 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부담이 된다.
이 회장이 3월8일 기자간담회에서 “STX조선해양이 성동조선해양과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중소조선사의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