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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 실버만과 핀터레스트 직원들 |
세계 3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무엇일까?
1위는 페이스북, 2위는 트위터다. 3위는 창업 4년 만에 무서운 성장세로 3위를 차지한 핀터레스트다.
핀터레스트(Pinterest)는 물건을 고정할 때 쓰는 핀(Pin)과 ‘관심사’를 뜻하는 인터레스트(Interest)의 합성어다.
핀터레스트의 키워드는 ‘이미지’, ‘큐레이션’, ‘소셜네트워크’다.
핀터레스트 사용자는 취향대로 이미지를 선택하고 수집해 핀보드를 만든다. 핀터레스트가 페이스북, 트위터와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와 경쟁하게 된 핀터레스트의 비결은 무엇일까?
◆ 핀터레스트 CEO 벤 실버만, 직관을 믿는 노력파
핀터레스트를 만든 CEO 벤 실버만(31)은 천재라기보다 노력파다.
실버만에게 페이스북이 오픈 2주 만에 하버드 학생 95퍼센트를 확보했다는 것같은 드라마틱한 사연이 없다.
그는 일반적인 스타트업 창업자처럼 투자자로부터 수없이 거절당했고 묵묵히 핀터레스트를 알리는 데 노력했다.
실버만은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워싱턴 DC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는 늘 기술과 ‘뭔가 만들어 내는 것’에 관심이 쏟다가 구글에 입사했다.
실버만은 2008년 5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용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라는 꿈을 이뤄보고자 구글에서 나왔다.
아이폰이 막 출시되고 모바일 산업이 인기였을 때였다. 실버만은 대학친구 폴과 함께 토트(Tote)라는 아이폰 앱을 만들었다.
토트는 핸드폰용 쇼핑 카탈로그 앱이었는데 보기 좋게 실패했다. 애플 스토어의 승인도 받지 못했고 투자자도 찾지 못했다. 실버만은 토트의 실패에 대해 “너무 많은 기능을 넣어 특장점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실버만은 토트의 실패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 가지에만 주력하자”라고 마음먹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실버만은 깔끔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의 사이트를 만들었고 핀터레스트가 탄생했다.
핀터레스트는 2009년 1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 4개월 동안 사용자는 3천여 명에 불과했다. 투자자도 없었다.
실버만은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사용자에게 핀터레스트를 알리고자 사용자 모임을 만들고 직접 발로 뛰었다.
실버만은 오프라인 모임에서 핀터레스트 사용자들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도 관심사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 실버만은 여기서 핀터레스트의 본질과 방향을 찾았다.
실버만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아는 사이였다면 나눌 수 없는 대화였다”며 “핀터레스트의 본질은 공통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을 찾는 것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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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터레스트에 자신의 음식 관심사를 게시한 피너(Pinner)들 |
실버만은 핀터레스트를 “사람들이 미래에 뭘 하고 싶은지를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도 영감을 주는 도구”라고 정의했다.
실버만은 핀터레스트를 만들 때 대세인 트위터, 페이스북과 정반대 전략을 추구했다. 당시 모든 IT업체들이 실시간 업데이트와 텍스트를 기준으로 하는 피드백을 사용했다.
그러나 핀터레스트는 실시간 업데이트가 안됐고 모든 게 비주얼 방식이었다.
핀터레스트는 당시 투자자로부터 “말도 안 된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랬던 핀터레스트는 이미지 큐레이션으로 차별성을 지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자리잡았다.
◆ 핀터레스트의 인기 비결
지난 11월 미국 IT매체 매셔블에 따르면 핀터레스트는 이용자 증가율에서 인스타그램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핀터레스트의 최근 6개월 동안 이용자 증가율은 111%에 이르렀다. 핀터레스트의 회원은 7천만 명, 방문자는 2억5천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핀터레스트의 매력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왜 핀터레스트를 좋아하는 걸까?
사용자들은 웹을 돌아다니다 관심있는 이미지를 모아 자신의 핀보드에 옮겨놓는다. 수집하고 큐레이션하고 저장한다는 점에서 핀보드는 스크랩북이다.
다른 사용자를 팔로우하고 코멘트를 달고 트위터의 리트윗처럼 리핀을 하고, 페이스북의 ‘좋아요’처럼 하트를 클릭한다.
핀터레스트의 매력은 검색 방식이다. 보통 검색은 특정의 대상을 찾는 목적이 있는 행위다.
하지만 핀터레스트는 사용자가 몰랐던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준다. 사용자는 매력적 상품이 정리되어 있는 백화점 안을 걷는 느낌을 받는다. 정리된 이미지들을 보면서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거기다 핀터레스트는 사람들의 욕망, 미래를 담는 플랫폼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과거에 대한 정보로 채워진다. 뉴스나 친구와 만남도 이미 일어났던 일이다. 하지만 핀터레스트는 사용자가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함께 살고 싶은 것들로 채워진다.
그래서 핀터레스트는 ‘욕망을 큐레이션하는’ 가장 자본주의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물건, 살고 싶은 집을 보면서 그것을 갖고 싶은 것이다.
핀터레스트에서 인기있는 콘텐츠는 패션, 디자인, 요리, 여행 등이다. 사용자의 80%는 20~30대의 여성이다. 포르노나 부분적인 신체의 노출도 금지되어 있다.
핀터레스트의 또 다른 매력은 사람들의 관심과 욕구를 자극하는 인간적인 방식에 있다.
“핀터레스트는 스피디하거나 압축된 텍스트 정보와 거리가 멀다. 나에게 오히려 핀보드가 세상을 보는 좀 더 인간적 방식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인지, 싫어하는 것인지, 혹은 어떤 취향의 사람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비주얼이기 때문이다” 실버만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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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터레스트 CEO 벤 실버만 |
◆ 핀터레스트는 언제부터 돈을 벌까
핀터레스트는 2012년 5월에만 해도 15억 달러의 회사 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직원 수는 16명이었다.
그러다 2013년 2월 회사 가치가 25억 달러, 올해 5월 50억 달러로 높아졌다. 올해 들어서 직원이 3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핀터레스트는 올해 초까지 5억64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그렇지만 실버만은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는 “비즈니스모델을 세우는 것은 장기에 걸쳐 진행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올해 5월 핀터레스트는 기업에게 유료로 ‘홍보용 핀’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의류업체인 바나나 리퍼블릭, 갭, 올드네이비 그리고 식품업체인 크래프트, 네슬레, 제너럴 밀스 등이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용자들이 핀터레스트 게시(피닝, pinning)를 통해 핀터레스트에서 사고 싶어 하는 아이템의 이미지를 수집하는 것이 실제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본다.
핀터레스트는 지난 6월 애플의 이커머스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애플에서 9년 동안 제품 디자인을 맡은 밥 벡스리와 온라인 스토어 기술팀에 있었던 마이클 롭이었다.
핀터레스트는 이들을 영입하며 "우리를 성장시킬 업계의 두 리더가 합류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버만은 지금까지 핀터레스트의 레이아웃 버전을 50개나 만들면서 디자인 디테일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이제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식은 완성됐다.
전문가들은 핀터레스트가 이미지로 구성됐기 때문에 어느 소셜네트워크사이트보다 광고에 대한 저항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버만은 이제 비즈니스모델을 완성하고 서비스를 시행 할 일만 남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