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 채용청탁에 집중되던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제2금융권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2금융권은 은행과 달리 대기업의 금융계열사들이 많아 ‘주인이 있는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채용비리가 채용청탁에서 성차별과 학교차별 등으로 확대되면서 금융권 전체의 채용비리로 불이 옮겨 붙고 있다.
김 원장은 5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나 “금융권을 상대로 경영진단평가를 할 때 성차별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개선되도록 할 것”이라며 “전반적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제2금융권과 관련된 제보도 들어와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2월 초부터 제2금융권의 채용비리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아직 실제로 조사가 이뤄진 사례는 없다.
초기에 채용비리 정황이 발견됐지만 조직적 조작이 아니라 단순 소개의 관행이었다고 은행들이 반발했고 금감원장 사퇴까지 벌어지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카드사와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은 은행과 달리 오너가 있는 대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채용비리 잣대를 들이대면 경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어 금감원은 부담을 안고 있었다.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과정에서도 관치금융이라고 반발하며 경영권 침해 논란이 제기된 경험이 있는데 무리하게 조사범위를 확대하면 논란이 더욱 커질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업권과 회사별로 각각 채용기준과 방식이 다른데 똑같은 기준을 일괄적으로 들이대는 것은 무리이고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금융회사만 1천여 개에 이르는 만큼 전수조사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 채용과정에 성차별 등을 조직적으로 진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김 원장은 제2금융권에 채용비리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성차별 채용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사안으로 금감원의 제재 권한을 벗어나는 영역이지만 금감원이 각 금융회사의 채용과정을 살펴볼 명분을 쥐어준 셈이다.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도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이른 만큼 조사인력도 여력이 생겼다.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추가조사는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 원장은 “(성차별문제) 실태조사는 금감원 소관이 아니어서 여성가족부가 관련 부처와 함께 전반적으로 진행해주면 금감원 차원에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채용비리신고센터’를 운영해 채용비리 제보를 받고 있는데 제2금융권의 성차별 등 채용비리 10여 건이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신고내용의 신뢰성과 불법행위의 경중을 따져본 뒤 현장점검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수조사가 어려운 만큼 내부고발을 토대로 제2금융권 채용과정을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다만 금감원의 표적수사 논란이 다시 점화될 수도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있다. 또 전수조사가 아니라 제보를 바탕으로 조사가 실시되는 만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원장은 은행권 성차별 채용문제가 불거진 뒤
정현백 장관을 찾을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은행권과 달리 적극적 조사를 펼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