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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제일모직이 상장 뒤 연일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선전에 상장 전 목표주가를 낮게 제시했던 증권사들은 머쓱해 하고 있다.
제일모직이 ‘이재용 주식’의 힘을 보여주자 증권사들의 판단도 달라지고 있다. 공모가의 4배에 이르는 20만 원을 제시한 증권사도 등장했다.
하지만 제일모직의 지배구조 이슈만 믿고 투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 제일모직, 상장 뒤 주가 ‘고공비행’
22일 제일모직 주가는 전 거래일(19일)보다 3.86%(5천 원) 오른 13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제일모직은 지난 18일 시초가 10만6천 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시초가와 비교해 주가가 사흘 만에 무려 26.9%나 오른 것이다.
제일모직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18조1575억 원으로 집계됐다. 시총 순위 15위인 KB금융과 격차를 더 벌리고 14위를 유지했다. 13위인 기아차와 격차는 3조 원대로 좁혀졌다.
제일모직 주가 상승으로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평가액도 급증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4%(3136만9500주)를 보유중인데 그 가치가 4조2192억 원에 이른다. 상장 첫날보다 지분가치가 6744억 원 늘어났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지분가치는 1조4064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흘 동안 지분가치가 2248억 원 증가했다.
◆ 제일모직 주가, 20만 원 돌파 가능할까
현대증권은 이날 제일모직 목표주가로 20만 원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 중 최고액에 해당한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 주식을 사는 것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사업 변화를 함께 사는 것과 같다”며 “삼성그룹이 향후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한 프리미엄을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제일모직의 사업부문별 가치를 총 16조2천억 원으로 분석하고 이를 상장주식수인 1억3500만 주로 나눠 12만 원이라는 주당 적정 가치를 산출했다.
그는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통해 2015~2018년 사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며 “지주사 전환 때 제일모직 적정주가는 28만 원 이상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환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어 평균가인 20만 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제일모직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한 기대심리를 반영해 향후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진투자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12만5천 원으로 종전까지 최고 목표주가였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제일모직의 캐시카우 역할만 했던 패션부문이 성장의 핵심축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내년부터 스포츠 의류와 메스티지(대중명품) 브랜드에 대한 적극적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에버랜드 호텔완공,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위탁생산과및 복제약 판매 시작 등 성장계획이 이미 가동되고 있다”며 “성장 모멘텀이 가시화되거나 실적추정이 의미있게 상향될 때 목표주가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지배구조에 대한 맹신 경계 목소리 여전
각 증권사들이 제일모직 목표주가를 산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가치를 평가하고 있지만 현 주가상승의 원동력은 기업가치보다 지배구조 이슈에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고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이 가장 높으며 현금창출 능력도 안정적”이라며 “제일모직의 주주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회사 주주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배구조 이슈만 보고 제일모직에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주사 개편작업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이 지니고 있는 미래가치를 평가하려면 상당한 숙성기간이 필요하다”며 “높은 프리미엄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제일모직의 주가 전망이 좋기는 하지만 현 상승 폭과 속도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