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8-04-01 09: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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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방보험이 ‘CEO 리스크’에 휩싸이면서 자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보험감독위원회가 2019년 2월까지 안방보험 경영권을 쥐게 되면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의 거취가 중국 정부의 판단에 놓이게 됐다.
▲ 뤄젠룽 동양생명 대표이사 사장.
보험감독위원회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비롯해 은행감독위원회, 증권감독위원회, 국가외환관리국 관계자들과 함께 조직을 꾸려 안방보험을 직접 경영하고 있다.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이 불법영업 등을 저지른 혐의로 경영권을 빼앗긴 점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의 해외자회사를 포함한 보험영업 전반에 손댈 가능성이 높다.
때마침 중국 정부가 내놓은 보험 관련 감독방안에도 보험사의 주식 투자잔액이 순자산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 들어가면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의 해외 보험사 인수를 주식투자와 같은 범주로 판단한다면 순자산보다 낮은 주식 투자잔액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매각을 추진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가 2017년부터 중국 보험사들의 해외투자를 제한하는 정책을 보여왔던 점도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 보험감독위원회가 안방보험에 해외자산을 팔고 수익금을 중국 국내에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고 블룸버그 등이 2017년 8월에 보도하기도 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안방보험을 중국 정부에서 운영하게 되더라도 경영에 당장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향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독립법인이라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을 경영하는 데에 영향을 당장 받지는 않겠지만 잠재적 위험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뤄젠룽 동양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순레이 ABL생명 대표이사 사장의 입지도 이전보다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매물로 나오면 상당한 여파를 불러올 수 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명보험사 25곳의 자산을 2017년 12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동양생명은 6위에 있고 ABL생명은 11위다.
두 회사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동양생명은 2017년에 역대 최대 규모인 순이익 1928억 원을 냈다. ABL생명도 순이익 35억 원을 올려 2016년 순손실 1705억 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자산 5위인 ING생명도 매물로 꼽히지만 예상 인수가격 3조 원대로 인수후보들의 부담이 큰 점을 감안하면 눈을 돌려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관심을 보일 수도 있다.
반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안방보험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하면서 순이익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매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순레이 ABL생명 대표이사 사장.
2021년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았던 보험사일수록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두 제도가 도입되면 보험사의 보험부채(책임준비금)를 계산할 때 계약 당시 원가 대신 현재 시가를 적용한다. 금리가 높은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높을수록 보험사에 불리한 구조다.
동양생명은 2017년에 낸 보험료수입의 58% 정도를 저축성보험에서 거뒀다. ABL생명도 2017년 1~10월 동안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성보험을 대폭 늘린 이유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저축성보험의 과다판매에 관련된 경영유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2017년 9월 기준으로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을 살펴보면 동양생명 223%, ABL생명 235%로 일반적 기준인 200%를 웃돌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안방보험이 우 전 회장의 재임기간인 2017년 유상증자를 통해 이미 동양생명에 5283억 원, ABL생명에 3115억 원을 지원해 줬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로 경영이 넘어간 상황에서는 모기업의 자금 지원을 통한 자본 확충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