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박 사장이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이 SK텔레콤을 물적분할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박 사장은 21일 SK텔레콤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인적분할보다 더 안정적이고 잘할 수 있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을 분할하는 방식에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이 있다.
기존 주주들이 신설되는 기업을 주식비율 그대로 지배하면 인적분할이고 기존 회사와 분할된 회사가 100% 모회사, 자회사 관계가 되면 물적분할이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투자회사를 중간지주회사로 만드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제기돼왔다.
분할된 투자회사를 지주사 SK와 합병하면 SK하이닉스를 SK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는 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면 지분 100%를 사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적분할은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인적분할을 하면 SK텔레콤 발행주식의 12.55%인 자사주는 중간지주회사로 넘어가 SK는 지분을 매입하지 않고도 SK텔레콤 지분율을 25.2%에서 37.8%로 높일 수 있다.
국회는 현재 기업이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막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SK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자사주를 활용하기 위해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SK텔레콤이 물적분할을 한다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이유가 줄어든다.
물적분할은 인적분할처럼 자사주를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적분할을 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지분이 희석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최 회장은 SK의 지분 23.4%를 보유하고 있는데 SK텔레콤이 인적분할해 투자회사와 SK가 합병되면 지분율이 낮아져 그룹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
또 물적분할을 하면 중간지주회사로 전환되는 SK텔레콤 투자회사가 인수합병 결정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역할도 명확해질 수 있다.
박 사장이 “SK그룹 내 전체 정보통신기술(ICT)군이 일을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물적분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사주를 활용한 인적분할에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는 점도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SK텔레콤이 향후 인수합병에 집중하겠다면 물적분할이 인적분할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은 현재 지배구조 개편을 중장기적 과제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은 신규 성장동력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그러나 기업분할을 하려면 각 사업부별로 감독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 단시간에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