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융썬 중국 더블스타 회장(가운데)이 2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을 찾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만난 뒤 본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KDB산업은행이 차이융썬 중국 더블스타 회장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꼬여가는 금호타이어 매각을 돌파할 수 있을까.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차이 회장과 금호타이어 노조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차이 회장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6463억 원을 투자하면서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사들이는 데 이미 합의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더블스타의 경영권 인수에 반대하고 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중장기적으로 기술을 빼내고 국내 공장의 문도 닫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노조에게 30일까지 자구계획안과 해외 매각 동의서를 내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피하기 힘들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9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직접 찾아 노조 대표들에게 더블스타를 새 주인으로 맞이할 것을 설득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의 경영권 매각 선행조건으로 ‘노조의 파업이 없어야 한다(무분규)’는 조항을 넣었다는 의혹이 20일 제기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산업은행이 노조와 협의 없이 선행조건으로 파업권을 제한한다면 노동3권을 유린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산업은행은 해명자료를 통해 “‘무분규’ 매각조건은 노조의 파업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의 투자 유치에 반대해 파업하면 더블스타에서 계약을 해제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라며 “이 회장이 19일에 금호타이어 노조를 만났을 때도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 성과를 빨리 이끌어내려다가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금의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나려면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차이 회장 쪽에서 설득력 있는 투자와 운영계획을 내놓기를 바라야 하는 셈이다.
차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노조에게 기술 유출이나 국내 공장의 폐쇄 등 ‘먹튀’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공장의 운영과 투자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최근 제기된 더블스타의 경영악화 의혹을 해명하는 데에도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도 “차이 회장이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 쪽에서 면담을 요청한다면 만날 뜻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차이 회장이 금호타이어 노조에서 요구하는 핵심 조건 3개 가운데 고용 유지를 제외한 노조 보장과 단체협약 유지까지 받아들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차이 회장은 16일 한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금호타이어 임직원들의 고용을 3년 동안 보장할 뜻을 보이면서도 노조 보장과 단체협약 유지를 놓고는 “처음 듣는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김종호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회장이 12일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들에게 “고용 보장, 노조 유지, 단체협약 승계를 더블스타에 전달해 긍정적 답변을 들었다”고 말한 것과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를 놓고 산업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더블스타의 투자 유치는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주주 구성이 바뀔 뿐 법인격이 변경되지 않는다”며 “회사와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과 노조 조직은 승계 대상이 아니라 투자 유치와 무관하게 효력이 유지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