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18-03-21 12: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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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에게 적용되고 있는 ‘경제력 집중 억제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1일 ‘대기업집단의 내수매출 집중도 현황과 정책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대기업집단이 해외매출을 통해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상황에서 국내시장만을 고려한 경제력 집중 억제규제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한국은 1986년 대기업집단의 지배력 확장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지주회사 설립금지,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출자총액제한 등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도입했다.
상위 10개 기업집단이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7년 21.2%에서 1982년 30.2%로 상승했다는 것을 규제 도입의 근거로 삼았다.
한경연은 그때와 상황이 변한 만큼 규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 규제가 개방경제구조를 지닌 한국에 적합한지 알아보기 위해 상위 10개 대기업집단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했다.
우선 기존 연구방식에 따라 10개 대기업집단(비금융업)의 매출이 금융업을 제외한 국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매출 집중도’를 계산한 결과 상위 10대그룹의 매출 집중도는 2013년 28.0%에서 2016년 24.3%로 하락했다. 상위 4대그룹도 같은 기간 19.7%에서 17.0%로 비중이 떨어졌다.
매출에서 해외매출(수출포함)을 제외하면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도는 더욱 낮아졌다.
해외매출을 제외한 10개 대기업집단의 매출 집중도는 2016년 기준 16.4%로 해외매출을 포함했을 때보다 7.9%포인트 낮았다. 해외매출을 제외하면 2016년 상위 4대그룹의 매출 집중도도 10.2%까지 낮아졌다.
한경연은 “2016년 삼성전자는 매출의 89.9%, LG전자는 매출의 73.6%를 수출을 포함한 해외매출로 올렸다”며 “국내시장에서 대기업집단의 영향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내시장 매출만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담합, 독과점 등 시장경쟁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사후규제만 하고 있다”며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사전적 경제력 집중 억제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과거와 달리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 아래서 경제력 집중 억제규제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일본이 2002년 경제력 집중 억제규제를 폐지한 것처럼 한국도 경제력 집중 억제규제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