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홍기 AIG손해보험 사장이 초대형 보험사인 미국 본사의 강점을 살려 특화된 기업보험상품의 정착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AIG손해보험이 다양한 기업보험 상품으로 국내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민 사장 역시 기업보험상품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이사에 오르게 된 만큼 앞으로 이런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IG손해보험은 국내 최초 외국계 보험사로 1954년 한국시장에 지점 형태로 진출한 뒤 2012년 법인으로 전환됐다.
AIG손해보험은 민 사장의 선임 배경으로 그가 AIG손해보험 기업보험본부장을 맡았을 당시 ‘환경오염배상책임보험’이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한 점을 들었다.
환경책임보험이란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해 화학물질이나 폐수배출 시설 등 환경오염유발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사업장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배상책임보험이다.
환경부가 도입을 추진해 2016년 6월 의무가입제가 시행됐지만 정부가 보험료를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AIG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 세 곳만이 이 상품을 출시했다.
13개 손보사가 출시하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해율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대부분 포기했다.
AIG손해보험은 국내 15개 손보사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작다. 하지만 미국 본사의 든든한 지원 아래 압도적으로 높은 재무건전성과 미국, 유럽 등 보험선진국에서 쌓은 풍부한 보험 인수경험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차별화된 사업영역을 뚫고 있다.
AIG손해보험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RBC)이 422.41%로 집계됐는데 손보사 가운데 가장 높다.
‘진술보장보험’을 판매하는 곳도 AIG손해보험과 현대해상뿐이다.
진술보장보험은 인수합병을 할 때 매수인과 매도인 서로가 알지 못하는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이다.
영국과 호주에서 많이 활용되는 상품으로 AIG손해보험 미국 본사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이 상품을 판매해 왔기 때문에 AIG손해보험은 국내 인수합병 보험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AIG손해보험은 2016년 기업의 인수합병 규제 완화 등을 담고 있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 뒤 진술보장보험 영업을 더욱 강화했다.
올해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인수합병 시장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AIG손해보험의 보험상품도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단기수출보험’ 상품도 AIG손해보험의 주력상품이다.
단기수출보험은 결제 기간이 2년 이내인 단기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수출을 못 하게 되거나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됐을 때 입은 손실을 보상하는 상품이다.
단기수출보험은 2016년까지 공공기관인 무역보험공사가 독점해온 시장이었는데 민간보험사에 개방됐다. 하지만 보험사가 떠안아야할 위험이 너무 커 AIG손해보험과 동부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만이 상품을 내놓았다. AIG손해보험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위권 손보사들이다.
AIG손해보험은 전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35년 동안 단기수출보험 사업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이 상품을 내놓고 영업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