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3-19 16: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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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KDB생명 사장에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 더 주어진 만큼 KDB생명의 매각가치를 올리는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19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6일 은행내 팀미팅에서 KDB생명의 매각을 2020년까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고 말했다.
▲ 정재욱 KDB생명 대표이사 사장.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최대주주다.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60.3%)와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24.7%)를 통해 KDB생명의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애초 KDB산업은행은 KDB생명 펀드 만기일인 2019년 2월까지 매각작업을 완료하기로 했지만 매각이 시급하면 오히려 경영 정상화에 방해가 된다는 이 회장의 판단 아래 여유를 뒀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앞두고 생명보험사들의 인수합병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ING생명 지분 59.15%가 3조 원 수준에서 거래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만큼 이 회장도 회사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 사장이 일 년 안에 KDB생명의 내실을 키워 매각까지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한 시간이 주어지게 됐다.
정 사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그의 임기에 맞춰 다소 긴 호흡으로 KDB생명 경영쇄신 스케줄을 짤 것으로 보인다.
우선 KDB생명의 공격적 영업 전략이 예상된다. 실적 부진이 오랜 시간 고착화된 만큼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KDB생명은 순이익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다. KDB생명은 2014년 655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냈는데 2015년 274억 원으로 줄었고 2016년 순손실 102억 원을 내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순손실 규모가 538억 원에 이르렀다.
KDB생명은 자산포트폴리오가 저마진 저축성보험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 사장은 2월 취임사에서 상품 등 재구성을 통한 수익성 확보를 제일의 과제로 명시했다.
지난해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았던 많은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늘리는 방식으로 단기간 포트폴리오 조정에 성공한 만큼 KDB생명도 고객의 수요를 잘 파악해 적절한 상품을 내놓는다면 체질개선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무건전성 확보도 KDB생명에 중요한 과제다.
KDB산업은행쪽에는 대우조선해양, 한국GM 등으로 국민의 혈세만 낭비했다는 ‘산업은행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여유가 없다. KDB생명에 추가 유상증자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 사장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KDB생명은 1월 말 KDB산업은행으로부터 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KDB생명은 자본력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불필요한 자금 유출부터 틀어막고 있다.
KDB생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11일 KDB생명 여자 농구단이 18년 만에 해체수순을 밟았다.
KDB생명타워 건물의 우선매수청구권까지 보유하고 있었지만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건물 매수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KDB생명이 3800억 원에 살 수 있었던 KDB생명타워는 14일 4200억 원에 KB자산운용 품에 안겼다.
금융권 관계자는 "2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고 급하게 매각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정해진 만큼 착실히 준비하면 KDB생명도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되고 경쟁도 치열해 지는 등 보험시장의 여건이 녹록지 않아 치밀한 전략과 강한 추진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