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9일 “ADT캡스 인수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적극적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기업분할의 사전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이 임박한 것”이라고 파악했다.
SK텔레콤은 ADT캡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호주 자산운영사인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월 ADT캡스 매각자문사인 모건스탠리에 법적 구속력 없는(non-binding) 형식의 본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DT캡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약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 되는데 실제 기업가치보다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DT캡스는 2017년 매출 7360억 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600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시장에서 또 다른 인수매물로 부각되고 있는 유료방송회사 CJ헬로에 비교하면 높은 가격이다. 2017년 매출 1조1199억 원, 상각전영업이익 3천억 원을 낸 CJ헬로는 기업가치가 약 1조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K텔레콤이 다소 무리하게라도 ADT캡스를 인수하려는 것은 기업분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이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기업분할한 뒤 투자부문회사를 중간지주회사로 만드는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새롭게 설립될 중간지주회사가 SK텔레콤의 사업부문과 함께 현재 SK텔레콤 자회사인 SK하이닉스, SK플래닛 등을 자회사로 두는 것이다. 통신은 SK텔레콤 사업무문, 반도체는 SK하이닉스, 커머스는 SK플래닛이 운영하는 구도가 예상된다.
하지만 SK플래닛이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비통신사업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의 사업분야만으로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외형만 바뀔 뿐 내실은 전혀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소프트뱅크와 같은 종합 정보통신기술회사를 SK텔레콤의 롤모델로 꼽고 있다. SK텔레콤이 ADT캡스 인수에 성공한다면 통신과 반도체, 미디어, 커머스, 보안까지 거느리게 돼 소프트뱅크나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과 비슷한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ADT캡스를 인수하면 SK텔레콤의 정보통신기술과 융합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ADT캡스 인수는 SK텔레콤이 내실있는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 가운데 일부일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 연구원은 “SK텔레콤이 3월 조직 개편을 통해 최고전략책임(CSO) 조직을 신설한 것은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며 “SK텔레콤은 2분기에 ADT캡스 인수와 기업분할을 동시에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