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전기요금 인하 주문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전부지 매각에 따른 부채감축,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실적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는 듯 싶었는데 뜻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
|
|
▲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
한국전력 주가는 16일 직전 거래일보다 4150원(9.33%) 급감한 4만350원에 장을 마쳤다. 한국전력 주가는 전날에도 장중 14% 넘게 급락하다가 5% 하락으로 마감됐다.
이는 박 대통령이 전기요금 인하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 6월 이후 국제유가가 40% 넘게 급락하고 있다"며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휘발유가격 등에 적시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도 유가 절감분을 요금에 즉각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박 대통령의 주문이 나오자 전기요금이 떨어지면 한국전력 실적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퍼지면서 주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두바이유가 배럴당 85달러에서 현재 60달러 선까지 하락하면 3조~4조 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며 “환율상승을 감안하면 2조~3조 원 비용절감이 있어 전기요금을 3~5%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의 공식입장은 “정부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전기요금 인하를 주문하면서 한전은 난감해 하고 있다.
한전은 올해 들어 전력수급이 안정권에 들어서고 흑자기조가 안착됐다.
HMC투자증권은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가 올해 12조2650억 원에서 내년에 9조9350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해 한전이 얻는 이득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전기요금이 인하되면 이익을 추가적으로 더 얻을 수 없게 된다.
한전은 올해 들어 최대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매출 42조5694억 원, 누적 영업이익 4조9179억 원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7.1%, 342.3% 증가한 것이다. 이런 실적은 전기요금 인상의 효과 덕분이다.
한전은 또 한전부지와 자사주 매각을 통해 부채감축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한전은 2017년까지 14조7000억 원의 부채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순조롭게 달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전기요금 인하 주문은 한전의 이런 순항에 차질을 빚게 할 가능성이 높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떨어져도 발전연료비에서 유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며 “전기발전 연료비의 50%를 차지하는 LNG의 가격이 3개월 뒤 유가에 반영돼 내년 상반기나 돼야 요금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