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사업을 키우는 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럽, 호주 등 다른 외국계은행들은 베트남 금융시장을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의 위험요소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채 섣부른 판단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 신한은행 본점(왼쪽)과 우리은행 본점 전경. <뉴시스> |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베트남에 26개 지점을 두고 있고 올해 4개를 더 내기로 했다. 2017년 12월에는 호주·뉴질랜드은행(ANZ)으로부터 베트남 소매금융사업분야와 개인고객 12만5천 명을 넘겨 받았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지점이 가장 많은 외국계 은행으로 꼽히고 2017년 순이익도 2016년보다 24.5% 늘어난 5678만 달러(약 605억2748만 원)로 추산됐다.
우리은행은 3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한 해에 5~7개 지점을 더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2개,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각각 베트남 호찌민시와 하노이시에 1개씩 지점을 냈다.
베트남 금융시장이 매력적 진출지로 여겨지는 이유는 젊은층 인구가 많고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자본시장 육성과 개방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주식시장 VN지수도 2012년 이후로 6년째 상승세를 보이고 그 가운데 베트남국제상업은행(VIB), 호찌민시개발상업은행(HDB), 베트남번영은행(VPB) 등 주가가 최근 호조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베트남 금융시장에 진출했던 유럽과 호주, 아시아 등 다른 외국계 은행들은 1월 베트남에서 들고 있던 현지 은행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등 하나둘씩 베트남을 떠나고 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홍콩법인은 1월 베트남의 상장은행인 아시아상업은행(ACB) 지분 8.75% 전부를 매각하면서 12년 만에 아시아상업은행에서 손을 뗐다.
프랑스 BNP파리바은행도 2017년 12월 베트남OCB은행 지분 18.68%를 전량 매각해 10년 동안 이어왔던 관계를 정리했다.
2017년 8월에는 홍콩상하이은행(HSBC) 지주회사가 베트남은행 테크콤뱅크 지분 19.41% 모두를 처분했다. 수익성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2012년부터 서서히 지분을 매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3월 호주커먼웰스은행(CBA)은 2008년부터 운영한 호찌민 지점을 베트남국제상업은행(VIB)에 매각했다.
이처럼 다른 외국계 은행들이 베트남에서 서서히 철수 절차를 밟는 이유는 많은 베트남 은행들이 무거운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 은행들 부채를 모두 합치면 600조 동(약 28조1400억 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2017년 1월 공공부채를 줄이지 못하면 베트남의 재정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베트남 금융법이 개정돼 2018년 1월15일부터 베트남 은행은 파산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30대 주요 베트남 상업은행 중 10곳이 파산신청을 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남방정책 방향에 발맞춰 현지 거래처들과 협업해 사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며 “지나치게 큰 자본금을 투입해 수익을 내는 해외 은행들과는 전략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