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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2년 1월 2일 서울시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뉴시스> |
제일모직에 대한 목표주가를 10만 원으로 제시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라는 점이 작용하지만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을 키우고 있지만 바이오로직스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만큼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강하다.
◆ 제일모직 상장에 주목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
HMC투자증권은 15일 제일모직이 중장기적으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함께 목표주가를 10만 원으로 제시했다.
지금까지 제일모직 목표주가를 내놓은 국내 증권사는 모두 6곳이다. 이 가운데 HMC를 비롯해 메리츠와 하이투자증권 등 세 곳이 목표주가를 10만 원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점과 함께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이 2010년 지목한 5대 신수종사업의 핵심”이라며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높은 성장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9일 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일모직의 ‘숨겨진 가치’로 소개하며 향후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이 바이오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2011년 글로벌 바이오제약 서비스업체인 미국의 퀸타일즈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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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제품 개발을 위해 2012년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인 바이오젠 아이덱과 손잡고 합작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각각 45.65%의 지분을 보유 중인 제일모직과 삼성전자다. 삼성물산도 5.7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0.3%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룹 핵심인 제일모직과 삼성전자가 나란히 최대주주로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제일모직이 내년까지 총 3010억 원의 투자를 결정하는 등 삼성그룹 차원의 집중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애널리스트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일모직 성장 이끌 것”
글로벌 제약시장 조사회사인 IMS헬스에 따르면 2010년 1380억 달러 규모였던 바이오 의약품시장은 내년 2천억 달러, 2020년 253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생산(CMO)에 주력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선두업체와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단기간에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이런 전략을 쓴다.
김영우 연구원은 “현재 건설중인 송도 2공장이 완성되면 생산능력이 18만 리터로 늘어나 셀트리온을 넘는 국내 1위 업체가 된다”며 “스위스의 론자와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의약품 위탁생산 업체로 발돋움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와 ‘로슈’ 등 세계적 다국적 제약회사들을 사업 파트너로 확보한 상태다.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17년 매출이 5천억 원을 넘어서고 영업이익률이 30%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프로젝트별로 2천억 원 이상 투입되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프로젝트 7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지만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등 주요제품의 특허가 대부분 수년 내 만료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상헌 연구원은 “현재 진행중인 바이오시밀러들의 개발이 완료되면 세계 4위 제약사인 MSD가 140여 개국에서 유통과 판매를 맡기로 돼 있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0년 연매출 9천억 원과 영업이익률 4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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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1년 5월27일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에서 플랜트 기공식을 열고 있다. <뉴시스> |
◆ 바이오사업,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봐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일부에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지난 7월 한 포럼에서 “바이오 의약품 분야의 경쟁력이나 위상은 자동차나 스마트폰산업에 비해 낙후된 편”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째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적자규모는 2011년 122억 원에서 지난해 1463억 원으로 10배 이상 불어났다.
제일모직은 바이오사업의 흑자전환 시점을 2017년으로 발표한 상태다.
배진한 제일모직 상무는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비공개 기업설명회(IR)에서 “내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마지막으로 1300억 원의 지분출자를 진행할 것”이라며 “2017년 말부터 실적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되며 2018년부터 매출액이 조 단위를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단순히 투자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업체들에 대한 활발한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영국의 한 바이오 업체 지분 50%를 인수했다.
김영우 연구원은 “아직 설비투자가 진행중이고 해외 바이오 신약 기업들을 자회사로 편입해 실적을 내는데도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투자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 제일모직 바이오사업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