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직접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와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업체들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주문형 반도체분야에서 기술력이 앞선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어 글로벌 IT기업과 완성차업체를 새 고객사로 확보할 기회를 맞게 됐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주문형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가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며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주문형 반도체는 자체적으로 설계 기술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필요한 기능을 갖춘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해 달라고 반도체기업에 주문하는 맞춤형 제품이다.
이전까지 주문형 반도체는 주로 가전제품 등 구동성능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제품에 사용돼 주목받지 못했지만 다양한 신산업분야의 등장으로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장치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고성능 주문형 반도체의 수요처로 가장 먼저 등장했다. 전력소모는 줄이면서 더 효율적으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반도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서버와 자율주행차 등 기존과 완전히 다른 방식의 반도체 연산능력이 필요한 산업분야에서도 주문형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박인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자율주행차에 적합하게 설계된 주문형 반도체가 구동속도와 전력 효율에 모두 큰 강점을 보이고 있다"며 "자율주행시장 성장에 맞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구글 등 IT기업뿐 아니라 테슬라와 GM, 포드 등 완성차업체도 자체개발한 자율주행 반도체를 탑재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위탁생산기업에 수혜가 집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사업에 경험이 없는 기업들이 자율주행 반도체를 개발해 실제로 적용하려면 반도체의 물리적 설계와 생산을 대신해줄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현재 자율주행 반도체에 주로 사용되는 그래픽반도체(GPU) 기반 솔루션은 발열과 전력소모가 커 단점이 크다"며 "주문형 반도체가 중심 기술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이미 고성능 주문형 반도체분야에서 수주 성과를 내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본격적으로 IT기업과 자동차업체들의 수요가 증가할 때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과거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AP(모바일프로세서)를 주문형 방식으로 공급한 적이 있다. 지난해부터 가상화폐 채굴기에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도 주문형으로 설계해 생산하고 있다.
자율주행분야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테슬라도 2016년 말부터 삼성전자와 주문형 반도체 생산 계약을 맺고 기술 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전자가 주문형 방식으로 공급하는 반도체. |
박 연구원은 "테슬라는 자율주행차 반도체를 직접 개발해 탑재하는 목표를 두고 삼성전자와 주문형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자체 반도체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위탁생산사업에 이어 주문형 반도체분야에서도 가장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대만 TSMC와 맞붙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 기술력과 위탁생산 공정 기술력이 모두 이른 시일에 TSMC를 뛰어넘을 수 있는 수준으로 급성장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문형 반도체 고객사가 늘어나며 시스템반도체사업 환경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며 "고객사 기반이 다양해지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고객사와 설계기술을 일부 공유하는 등 기술 지원을 강화한 새 주문형 반도체 프로그램도 도입해 적극적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