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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지하철 통합혁신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력감축 없이 서울지하철을 통합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맡은 도시철도공사가 2016년까지 하나로 통합된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서울지하철 통합을 다룬 ‘지하철 통합혁신 추진안’을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며 “그동안 부실 방만 등으로 치부된 지하철 운영기관을 인력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꾸는 쇄신을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방안에 대해 인건비 절감없이 부채감축은 어려울 뿐 아니라 요금만 올라 서민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5조 눈앞에 둔 누적부채, 인력 효율화와 요금제도 변경 통할까
서울시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는 대신 인력 효율화를 위해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공사 통합과정에서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 남는 인원을 재배치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공기업 최초로 근로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와 노사의 '경영협의회'를 도입하기로 했다.
서울메트로 노조는 “양 공사의 통합은 사필귀정”이라며 “단순한 기관통합에 그친 게 아니라 혁신적 노사관계 모델을 제시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노동이사제를 통해 경영참여를 보장받은 것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인력감축 대신 요금제도를 대폭 개선하려는 정책을 발표했다. 환승 허용횟수는 현재 5회에서 3회로 줄이고 출퇴근 시간대 요금을 추가로 부과한다. 대중교통요금을 2년마다 1회 올리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1994년 도시철도공사를 설립한 이후 20여년 동안 양사체제로 서울지하철을 운영해 왔다. 그러는 동안 서울지하철 운영인력이 중복되고 장비와 물품을 개별구매해야 하는 등 비효율성이 커지게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두 공기업은 현재 누적부채가 4조6400억 원에 이른다. 노후 시설물 재투자 비용만 1조6천억 원이 예정돼 있어 적자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지하철이 통합하게 되면 지하철 운영규모는 총 연장 300.1km가 된다. 하루 수송인원도 680만 명에 육박하면서 홍콩, 북경, 뉴욕지하철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통합절차에 도입하기로 했다. 2015년 상반기에 조직을 개편하고 연말에 마무리 작업을 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지하철 2호선의 급행노선을 새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서울시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1조2332억 원을 들여 서울 남부지역에 일반지하철보다 2~3배 운행속도가 빠른 지하철노선을 개발한다. 서울지하철이 통합한 뒤 적자를 줄이더라도 2호선 급행노선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태인 셈이다.
◆ 인건비 절감 없이 부채감축 힘들다는 지적 나와
두 지하철공사를 통합하게 되면 서울지하철은 직원만 1만5600명이 넘는 거대조직이 탄생하게 된다.
특히 서울메트로 노조는 지금도 공기업 중에서도 대표적 강성노조로 손꼽힌다. 이들은 해마다 노동쟁의와 파업을 되풀이해 왔다.
서울메트로 노조는 지난해 연말에도 파업을 예고한 뒤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대한 손실금 50% 보전, 직급별 정원 조정, 물가상승률보다 2배 높은 임금인상 등의 복지혜택을 얻어냈다.
박 시장은 “투명경영과 경영참여 보장을 해서 신뢰가 쌓이면 파업가능성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메트로는 1295억 원 적자, 도시철도공사는 2877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서울메트로의 누적부채는 3조3800억 원, 도시철도는공사 1조2600억 원에 이른다.
이처럼 적자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인력 구조조정 없이 부채를 대대적으로 줄일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30억 원을 들여 세계적 경영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한 결과 두 공기업을 통합하면 4년간 1411억 원의 원가절감 효과가 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1220억 원 상당이 통합에 따른 인력감축효과를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인건비 절감을 제외하면 부채감축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서울시는 지하철 기관사 인력이 필요없는 무인운전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신분당선 등 일부노선에 무인운전을 시행하고 있다. 2022년부터 비교적 노선이 단순한 8호선을 무인 승무로 운행하고 기관사를 다른 곳에 배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