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글로벌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수익비중 확대와 비은행부문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를 신한금융그룹의 주요 해외거점으로 마련하기 위해 글로벌 인수합병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를 통해 인도네시아 소비자금융회사인 ‘PT BFI 파이낸스 인도네시아'의 지분 42.8%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조 회장이 취임한 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2017년에 각각 호주 ANZ은행의 베트남 소매금융부문(500억 원)과 푸르덴셜금융그룹의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인 ‘푸르덴셜소비자금융’(1600억 원)을 인수한 데 이어 세 번째 해외 인수합병 시도다.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에서 220여 개 지점과 9천여 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곳으로 인수대금은 5천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거래가 성사되면 신한금융그룹 해외법인 가운데 출자액 규모가 가장 크다. 신한금융그룹의 해외법인 출자액을 살펴보면 신한인도네시아은행 4253억 원, SBJ은행 3598억 원,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 3554억 원, 신한베트남은행 3307억 원 등이다.
조 회장이 2020년까지 신한금융그룹의 글로벌사업 수익비중을 전체 순익의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건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지역으로 인도네시아를 점찍은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일할 때부터 해외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한 곳이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 때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2곳을 인수한 뒤 2016년 말 두 곳을 합병해 통합은행인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을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2017년 11월에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국-인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현지 금융시장을 살피고 매물을 살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신한금융그룹의 글로벌 인수합병이 주로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 추진된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와 인도네시아 소비자금융회사 인수는 대부분 신한카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띤다.
조 회장은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은행에 치중됐던 글로벌사업을 비은행부문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신한금융지주의 수익비중을 살펴보면 은행 56%, 비은행 44%다. 2016년과 비교하면 비은행부문 비중이 9%포인트 높아졌지만 신한은행 순이익 규모가 1년 전보다 11.8%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조 회장은 각 계열사의 해외법인장 인사도 챙기며 글로벌사업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해외법인장은 기존에 각 계열사의 본부장급에 머물렀지만 올해부터 각 계열사 사장들의 요청을 받아 해외법인장을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그룹 주요 경영진으로 보임하기로 했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해외법인장을 본부장급으로 대우하는 것과 달리 해외법인장도 그룹의 주요 경영진으로 인정해 그룹 차원에서 성과를 평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이 취임한 뒤부터 줄곧 추진해왔던 글로벌 인수합병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며 “취임 2년차를 맞이해 본격적으로 글로벌사업의 확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