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김 회장은 어땠을까. 똑같이 '나'로 해석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금융감독원장이 된 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더구나 '무시'라는 단어를 썼다. 무시를 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김 회장과 최 원장의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금융지주의 바른 구조를 잡기 위한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의 조정과정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을 견제하기 시작했지만 하나금융지주는 과거 방식대로 차기 회장 인선절차를 진행했다.
아직 하나금융지주에 해야 할 과제가 많은 김 회장은 세 번째 임기를 원했고 금융산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켜야 하는 최 원장은 강력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연임가도를 닦는 최고경영자를 견제해야 했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에 회장 선임절차를 늦출 것을 권고했지만 하나금융지주는 회장 선임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은행업은 라이선스 사업인 만큼 이를 허가해주는 금융당국과 갈등은 전적으로 하나금융지주에게 불리한 싸움이다. 하나금융지주에는 예상된 고난의 행군이 펼쳐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금감원으로부터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KEB하나은행 외국환거래법 위반 의혹, 사외이사 물티슈 구매의혹, 중국 랑시그룹 특혜투자, 채용비리 의혹 등을 조사받았고 앞으로 이상화 전 본부장 특혜승진 은행법 위반 사항 검토, 지배구조 검사, 최고경영자 적격성 검사 등을 추가로 받는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이야기다.
'인연.'
'무시'의 근원은 두 사람의 인연으로부터 나온다.
4년 전 김 회장은 최 원장과 결별했다.
김 회장은 2014년 초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비자금 의혹에 휩싸여 하나금융 고문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김승유 전 회장 라인으로 꼽히던 인사를 대거 교체하면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이 때 최 원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 원장은 당시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맡고 있었지만 김 회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자리를 아예 없앴다.
최 원장은 김승유 전 회장의 대표적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최 원장이 프랑스 파리 제9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1986년부터 김승유 전 회장과 교분을 쌓았다.
그가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금감원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김승유 전 회장과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 이어지는 인맥이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