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하기 앞서 이를 피하려는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미국에서 무역대표부와 상원 재무위원회 등으로 접촉을 넓히면서 한국산 철강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 산업부, 물밑 접촉으로 철강 관세에 총력 대응
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6일부터 9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철강 232조 조치 대상에서 한국산을 제외해 줄 것을 미국에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2월25일부터 3월2일까지 한차례 미국을 다녀왔다.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톰 도노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만났다.
이번 방문에서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 등을 만나 우리 입장을 전달한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 철강산업에 위협이 되지 않고 현지 투자를 통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 소재가 우리나라에서 철강 제품으로 바뀌어 미국에 들어오고 있다는 환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도 통계에 기반해 설명한다.
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품목 중 중국산 소재 사용비중은 2.4%이고 우리나라의 대중 철강 수입은 2017년 전년 대비 21%나 감소했다.
미국의 수입 철강 관세 부과 조치를 피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통해 철강 232조 조치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4일
허창수 회장 명의로 로스 장관과 미국 상하원 의원에게 한국 제외를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 특정 국가 제외 가능성 언급한 트럼프에 기대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모든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런 조치에서 한국이 제외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미국은 일단 예외는 없다는 방침이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4일 A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국 면제를 이야기하는 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역시 CNN과 인터뷰에서 “특정 사례에 면제를 할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 국가를 제외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국가 제외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과 철강 관세를 연계하려는 생각을 나타냈다. 한미FTA 개정 협상을 진행 중인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규모 무역 적자를 안고 있다”며 “새롭고 공정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맺어지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가 철회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한미FTA 개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미국 워싱턴DC에서 3차 협상이 열린다. 미국은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 비관세 장벽 해소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이 한미FTA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면 철강 관세를 철폐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멕시코, 캐나다와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초 상무부가 제출한 철강 관세 방안은 세 가지인데 그 가운데 우리나라와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 12개국에만 53%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별 관세 부과 대신 일률 관세 부과 방안을 선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무부의 규제안이 한국을 관세 부과가 필요한 나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 1위 국가는 캐나다로 580만 톤의 철강을 수출했다. 브라질(468만 톤), 우리나라(365만 톤), 멕시코(325만 톤)이 그 뒤를 따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