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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박삼구 아시나아항공 회장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항공기 되돌리기 파문과 관련한 악재로 초죽음 상태에 빠져있다.
항공사에게 생명과 같은 이미지 추락은 물론이고 유가하락에 따른 호재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악재는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회황하거나 이륙이 늦어지는 사고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주가상승률이나 국제선 탑승률에서 대한항공을 앞지르고 있다.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 독자경영에 들어간 데 이어 대한항공 악재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에 대한 국토부 행정처분을 놓고 공세와 수세를 펼쳤던 입장에서 완전히 역전됐다.
◆ 아시아나항공 주가상승률, 대한항공에 앞서
11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전일보다 0.78%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최근 유가급락에 힘입어 연일 상승하다 이날 조정을 받아 소폭 상승에 그쳤으나 지난 8일부터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날 주가는 전주보다 21.76%, 전월 대비 30.85%가 상승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은 유가하락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항공업계 대장주인 대한항공 역시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11일 기준 대한항공은 전일보다 2.46%가 올랐다. 이른바 조현아 전 부사장의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와중에도 대한항공의 이날 주가는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주가 상승률은 아시아나항공의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주가상승률은 전주 대비해 12.49%, 전월과 비교할 때 19.05%를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주가상승률뿐 아니라 국제선 탑승률에서도 대한항공을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제선 탑승률도 아시아나항공이 추월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10월 한 달간 76.8%의 국제선 탑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같은 기간 74.4%를 기록해 아시아나항공보다 뒤진 것은 물론이고 저가항공사를 포함한 전체 국제선 탑승률 순위에서 최하위 성적을 냈다.
대한항공의 10월 국제전 탑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 하락하며 국내 국적기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국제선 성수기인 3분기에 대한항공 국제선 탑승률은 76.0%로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낮았으며 국제선 수송객도 작년 3분기 446만5340명에서 올해 3분기 445만3805명으로 0.3% 줄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3분기 국제선 탑승률이 80.9%로 저조한 편이었으나 대한항공보다 앞섰다.
◆ 조양호에게 뼈아픈 이미지 실추
항공업계는 조현아 전 부사장 파문으로 대한항공이 유무형의 손실을 적지 않게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해외 외신들이 이번 사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대한항공의 부정적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심어줬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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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허니버터칩을 소주와 함께 제공할 계획”이라면서 “그릇에 담지는 않고 봉지째 줄 것”이라고 조 부사장 사태를 비꼬기도 했다.
뉴욕 등 미주 한인들은 대한항공 탑승거부 운동에 나선다. 퀸즈한인회와 뉴욕한인학부모협회는 12일 대한항공 불매운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무너뜨리고 한인사회를 치욕스럽게 한 대한항공의 횡포를 묵과할 수 없다”며 “한인동포들은 다른 항공보다 요금이 비싸도 국적기라는 이유로 이용해 왔지만 코리안에어라인이 코리안을 망신시켰다”고 분노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은 특성상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중요한데 대한항공은 국내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이미지가 크게 실추돼 당분간 그 여파가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대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어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대한항공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10일 중국 여행전문 월간지 ‘여행사’가 주관한 2014 여행업계 시상식에서 항공사 부문 마케팅 대상을 수상했다. 이에 앞서 6일 중국 유력일간지인 환구시보로부터 사회공헌상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에서도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1994년부터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사랑의 기내 동전 모으기 운동’을 펼쳐왔는데 11일 모금액이 만 20년 만에 100억 원을 돌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모금액 전액을 유니세프를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취약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말라리아 예방활동, 신생아 보건 지원 활동, 어린이 학교 만들기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 국토부 행정처분 공세와 수세, 한 달 만에 역전
두 항공사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를 놓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국토부 행정처분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14일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 때문에 국토부로부터 45일간 운항정지 처분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익과 해당노선 이용객들의 불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항공은 당시 “국토부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최대한의 감경 폭을 적용한 것으로서 아시아나항공 봐주기의 일환이며 납득할 수 없다”고 공세를 펼쳤다. 조양호 회장은 “법은 지키라고 만든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부사장 파문이라는 뜻하지 않는 악재를 만나 수세에 몰리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한항공은 항공기가 회항을 하거나 이륙이 지연되는 사고에 직면하고 있다.
10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항공기는 부산 상공에서 엔진 관련 이상이 감지돼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이 때문에 이 항공기 승객 138명은 다른 항공기로 갈아타야 했다.
또 지난 9일 미국 애틀랜타공항에서 출발 예정이던 대한항공 항공기가 전기계통의 결함으로 무려 6시간30분 가량 이륙이 늦어지는 일도 발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