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보험이 중국 정부의 손아귀에 들어간 상황에서 동양생명이 '뤄젠룽 대표이사 체제' 굳히기를 하고 있지만 안방보험 리스크에서 안심하기 이른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을 1년 동안 위탁경영하기로 발표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동양생명 이사회결의를 열고 뤄젠룽 동양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재선임하는 내용을 담은 의안을 처리했다.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의 경영에 개입하기로 했지만 해외법인인 동양생명에서는 기존 안방보험 체제로 유지될 수 있도록 조치를 위한 것이다.
동양생명 이사회는 뤄젠룽 사장과 함께 짱커, 진슈펭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야오따펑을 기타비상무이사로, 푸챵과 리훠이 등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대신에 진슈펭이 사내이사로 새로 진입하는 것 말고는 예전 체제 그대로다. 이들은 안방보험과 인연을 맺고 있는 중국 인사들이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 등 안방보험을 장악한 경영관리팀이 이미 중국 안에서 안방보험의 모든 자금거래와 자산매매, 공시 등에 관여하고 있지만 해외사업은 이와 무관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뜻으로 비춰진다.
안방보험 대변인은 2월27일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가 안방보험의 경영권을 일시적으로 인수하기로 한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해외 자회사 사업 및 투자에 전념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안방보험 위탁경영 기간을 ‘1년 동안’만으로 한정한 점을 주목해 동양생명이나 ABL생명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의 해외사업을 제재하고 처분하기까지 다소 짧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이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는 말이 나돌아 경영 복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방보험 경영진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히 ‘반부패 척결’ 정책을 펼치고 있어 안방보험 경영진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려있을 수도 있다.
중국 투자회사 밍톈그룹의 창업자 샤오젠화 회장도 2016년 1월 중국 정부로부터 홍콩에서 체포 송환된 뒤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샹쥔보 전 중국 보험감독위 서기도 2017년 4월 수뢰혐의로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조사를 받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척결과 함께 중국 대표 국영기업 수장이 교체된 사례는 많다. 국영기업인 CNPC, 시노펙, CNOOC의 회장도 바뀌었는데 이들은 모두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기업 자산을 헐값에 넘기거나 자산 입찰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을 놓고도 안방보험의 공격적 해외투자 확대를 감독당국이 달갑지 않게 여겨 숙청됐다는 말도 나온다. 안방보험의 해외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번 중국 정부의 위탁경영이 해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리며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는 중국의 다른 대기업들에게 경고를 날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