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02-28 16: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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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미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는데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렸던 인사들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 이팔성과 김승유로 확대되는 검찰의 수사망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삼성 소송비 대납 ’의혹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적 유용’ 의혹에 이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인사청탁 뇌물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회장은 2011년 초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앞두고 인사청탁 대가로 이 전 대통령 사위 이상주 변호사에게 14억 원, 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에게 8억 원 등 22억 원가량을 뇌물로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팔성 전 회장은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과 함께 이명박 정권 때 금융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른 인사로 꼽힌다.
이들은 이른바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렸는데 어윤대 전 회장과 김승유 전 회장, 이팔성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동문이다. 강만수 전 행장은 이 전 대통령이 다니던 소망교회를 오래동안 함께 다닌 인연을 맺고 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팔성 전 회장에 이어 김승유 전 회장과 강만수 전 회장, 어윤대 전 회장으로 수사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
검찰수사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김승유 전 회장이 꼽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KEB하나은행이 다스의 불법자금을 2008년 대선자금으로 세탁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김승유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막역한 친구로 이 전 대통령 측의 부탁을 받아 이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돈다.
김 전 총무기획관은 1월에 이미 국정원의 특별활동비 상납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1월 KEB하나은행 경주지점에 이어 2월 하나금융전산센터, KEB하나은행 본점 전산부 등을 압수수색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유 전 회장은 2011년에 이상득 전 의원의 청탁을 받아 당시 부실화되고 있던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하나캐피탈이 참여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이와 관련해 김승유 전 회장에게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 강만수와 어윤대도 이명박 정부 정관계로비 의혹에 연루되나
‘4대 천왕’ 가운데 현재 가장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사람은 강 전 회장이다.
강만수 전 회장은 산업은행장 시절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경영비리를 눈 감아주는 대가로 거액을 지인회사에 투자하도록 하고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임기영 전 대우증권 사장 등에게 국회의원 후원금을 대신 내게 한 혐의 등이다.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유죄가 인정돼 징역 5년2개월, 벌금 5천만 원, 추징금 8840만 원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당시 검찰수사가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이명박 정부의 정관계로비 의혹으로 번질 수 있다는 말도 나돌았지만 더 이상 가지 않고 멈췄다.
검찰이 이팔성 전 회장의 인사청탁 혐의를 포착한 만큼 이명박 정부의 정관계로비 의혹으로 수사범위를 확대하면 다시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어윤대 전 회장은 2009년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논란에 다시 휘말릴 수도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이듬해인 2009년에 당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1년여 만에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어윤대 전 회장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청와대가 힘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KB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해 청와대 정책실장이 개입해 ‘대통령의 뜻이니 다른 후보들은 사퇴하라’고 압박해 어윤대 회장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고있다”며 “어윤대 회장은 직접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을 찾아가 ‘청와대에서 내가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이팔성 전 회장이 뇌물을 준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통령과 금융지주 회장을 놓고 벌인 거래”라며 “이런 거래가 이 건만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시절의 금융지주 회장 등을 대상으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