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연말을 맞아 일제히 부행장급 인사를 실시하고 있다.
부행장은 ‘은행의 꽃’이나 ‘별 중의 별’처럼 화려한 별명으로 불린다. 은행장 바로 아래의 2인자이며 실질적인 사업을 담당하는 집행임원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최근 내부인사 출신을 은행장으로 임명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부행장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부은행장 '별 중의 별'
현재 4대 시중은행 가운데 부행장보를 제외한 부행장은 모두 29명이다. 신한은행에 4명의 부행장이 있으며 하나은행에 6명, 국민은행에 7명, 우리은행에 12명이 있다. 네 은행의 직원 수가 약 6만여 명인 것과 비교하면 부행장 1명이 약 2천여 명의 직원을 통솔하는 셈이다.
부행장은 은행의 전략기획 등 주요사업을 실질적으로 총괄한다.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면 대부분 담당 임원이 부행장급으로 격상된다. NH농협은행은 지난 3월 신설한 정보보안본부 책임자인 남승우 전 신한카드 IT본부장을 부행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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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 |
부행장은 보통 억대의 연봉을 받는다. 김옥찬 전 KB국민은행 부행장의 경우 지난해 급여 및 상여금으로 5억5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또 전문비서와 중대형 세단차량 및 개인집무실을 따로 제공받는다.
부행장은 기본적으로 2년 임기의 계약직이다. 은행장이 바뀔 경우 재신임 차원에서 임기가 끝나지 않아도 사표를 낸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행장은 은행에서 가장 업무강도가 센 자리인 데다 임기를 보장받기도 힘들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부행장은 퇴직 뒤 다른 금융기관이나 기업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잦다. KB금융 사태 이후 금융기관이 내부인사를 CEO로 선출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부행장들이 대표적인 은행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광구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현직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이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도 지난 10월 선임되기 전까지 부행장으로 10년 이상 일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도 김정태 국민은행장 밑에서 재무본부 부행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4대 은행 부행장의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퇴임 뒤에도 예우를 받는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1년과 6개월 동안 고문 지위를 주고 현직 때와 비슷한 편의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6개월 동안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사무실과 차량을 제공한다.
은행 관계자는 “부행장은 퇴임 뒤에도 보통 고문이나 자문으로 일한다”며 “수십 년 넘게 쌓은 경험과 역량을 감안해 예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시중은행 연말 대규모 부행장 인사 예정
우리은행은 지난 8일 부행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우리은행 최초의 여성 부행장인 김옥정 부행장을 포함해 총 5명의 신임 부행장이 임명됐다.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들도 곧 부행장급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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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
국민은행은 부행장 7명 가운데 홍완기 신탁본부 부행장이 올해 말에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윤종규 회장이 홍 부행장 외에도 일부 부행장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박지우 수석부행장 등 일부 부행장들이 KB금융 사태 당시 당국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통합작업 중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부행장들도 연말에 대부분 임기가 끝난다. 하나은행은 부행장 6명 가운데 5명이 임기 종료를 맞는다. 외환은행은 부행장 4명 전원이 12월 말에 임기가 만료된다. 통합작업이 끝날 경우 부행장 수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도 부행장 중 일부가 올해 말에 임기가 끝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