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에 이어 BC카드도 현대자동차와 복합할부금융 상품에 대한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데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차는 BC카드에 KB국민카드와 합의했던 복합할부 수수료율보다 더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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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준희 BC카드 사장 |
현대차는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으로 낮춘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BC카드는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KB국민카드보다 낮아 복합할부에 대해서도 더 낮은 수수료율로 인하할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BC카드가 오는 10일 가맹계약 만료를 앞두고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인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대차와 BC카드는 지난 9월30일 만료된 가맹계약 기간을 이달 10일로 연장한 뒤 복합할부 수수료율 협상을 벌였다.
다만 현대차는 수수료율로 체크카드 수준인 1.3%로, BC카드는 1.5%로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C카드가 주장하는 복합할부 수수료율 1.5%는 현대차와 KB국민카드가 합의한 복합할부 수수료율과 동일하다. 현대차는 지난달 17일 KB국민카드와 가맹계약을 연장하면서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기존 1.85%에서 1.5%로 내리기로 합의했다.
현대차가 KB국민카드와 합의한 복합할부 수수료율 1.5%는 KB국민카드의 체크카드 수수료율(1.5%)과 같다. 반면 BC카드의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1.3%여서 현대차는 BC카드에 KB국민카드보다 더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큰 틀에서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쪽으로 합의했다”며 “현대차는 체크카드 수준의 수수료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인하 수준에 대해서 추가로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BC카드 관계자도 “협상 진행과정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카드사에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으로 낮추라고 압박하는 근거는 복합할부 상품의 신용공여 기간이 체크카드 결제와 마찬가지로 짧다는 점이다.
복합할부는 고객이 신용카드로 자동차를 구매하면 카드사는 약 이틀 뒤 판매사에 대금을 지급하고 카드사와 계약을 맺은 캐피탈사가 그 다음날쯤 이 대금을 카드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고객은 캐피탈사에 이 대금을 할부금으로 갚아나가면 된다.
반면 현대차와 체크카드 수수료율 1.3%에 가맹계약을 맺은 카드사들은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갑의 횡포’라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복합할부 수수료율은 1.5~1.9%였다.
현대차가 BC카드와 가맹계약 연장건을 마무리 짓더라도 내년 2월 신한카드, 3월 삼성카드, 롯데카드와 가맹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어 내년 초까지 복합할부 수수료율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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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
특히 삼성카드는 복합할부 취급규모가 연간 1조3천억 원대로 업계 최고 수준인 데다 현대차와 체크카드 수수료율 1.3%에 계약을 맺고 있어 현대차가 체크카드 수준의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이 요구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일일이 개별 카드사와 줄다리기를 하는 것보다 삼성카드와 담판을 짓는 편이 유리할 것”이라며 “현대차와 삼성카드의 협상결과가 복합할부 수수료율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으로 낮추려는 뜻을 굽히지 않자 캐피탈사들은 현대차가 체크카드 수준의 수수료율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부 캐피탈사들은 기존 복합할부를 신한은행의 ‘마이카 대출’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카 대출로 바꾸면 카드사의 신용공여 기간이 30일로 늘어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