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이르면 내년부터 아이폰 등 주력상품에 탑재하는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중국업체에서 공급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 공급물량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져 대응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9일 "애플과 낸드플래시 공급을 협상중인 중국 반도체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양산이 시작되기 전에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메모리반도체 계열사인 양쯔메모리와 낸드플래시 공급계약 체결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본 도시바 등 기존 낸드플래시 공급사와 가격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애플이 중국업체를 끌어들여 부품 수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애플이 중국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소비자들에도 더 적극적으로 구애하기 위해 현지기업의 부품을 적극 탑재하려 한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칭화유니그룹이 약 26조 원의 시설투자를 벌인 첫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애플에 낸드플래시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애플이 요구하는 기술력 수준에 맞추려면 중국의 낸드플래시 공급이 2020년 이후로 늦춰지며 실제 반도체 탑재도 중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에만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애플의 전략을 예측하기 어렵고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진출이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도 큰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음을 놓기 쉽지 않다.
닛케이는 중국이 현지기업과 애플의 반도체 공급계약을 통해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벌이던 대규모 투자의 결실을 거두며 마침내 해외 반도체기업에 의존을 낮추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을 인정해주는 셈이 되는 만큼 모바일용 반도체 최대 고객사인 중국 스마트폰업체들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신 중국기업의 반도체를 적극 탑재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올해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 대량양산에도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켜내기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던져질 수 있다.
닛케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을 따라잡겠다는 중국 정부의 목표가 마침내 빛을 볼 수도 있다"며 "애플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도 최근 낸드플래시분야에서 칭화유니그룹과 기술 협력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독주를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과 중국업체가 손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중국업체의 메모리반도체 진출 영향을 방어하기 위한 대응전략을 짜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기업의 최선책은 중국의 시장 진출보다 앞서 반도체 원가 절감능력과 생산규모를 키워내는 것"이라며 "기술 격차를 확대하며 한국기업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