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대량의 중소형 올레드패널 물량을 공급할 고객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 중국 스마트폰업체 등 주요 고객사들이 일제히 올레드패널의 높은 가격에 부담을 안아 탑재를 확대하는 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 고객사 기반을 유지하고 경쟁업체의 시장진출을 방어하기 위해 공격적 가격정책을 앞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외신을 종합하면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패널 수요가 좀처럼 늘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수요 감소와 경쟁업체의 진출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며 "애플 외로 고객사를 다변화하려는 노력도 기대만큼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에 따르면 애플이 아이폰X 판매 부진으로 패널 주문량을 줄이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애플 전용 올레드 생산공장 가동률은 최근 약 4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삼성디스플레이 올레드공장 전체를 놓고 봐도 현재 평균 가동률이 50%대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파악했다. 애플뿐 아니라 다른 고객사들의 주문량 감소도 실적 부진에 큰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페이턴틀리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사업 고전에 아이폰X의 판매 부진을 유일한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중국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오포와 비보 등 중국 주요 제조사의 올레드패널 탑재 스마트폰 생산비중은 아직 5~1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의 올레드 주문량 감소분을 만회하기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그동안 중국으로 올레드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에 큰 성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계열사이자 최대 고객사로 올레드패널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는 것도 삼성디스플레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닛케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은 가격이 LCD의 2배 정도로 높아 고객사들의 수요를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삼성전자마저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레드 탑재비중을 낮춰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가 올레드사업에서 반등계기를 마련하려면 애플 이외 고객사들에서 대량의 물량 공급을 따내기 위한 전략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에 올레드패널 공급계약을 맺을 때 가격협상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경쟁업체가 사실상 없었던 데다 애플이 아이폰X의 고가 출시를 계획하며 부품원가에 압박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지금은 고객사들이 올레드패널 탑재 제품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실어야 하는 시점으로 분석된다.
▲ 삼성디스플레이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중국 오포와 비보의 스마트폰. |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최근 메모리반도체 등 주요 부품에 정부 차원의 가격협상을 요구하는 등 원가 절감에 갈수록 민감해지고 있다. 올레드패널의 가격에도 비슷한 태도를 보일 공산이 크다.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중소형 올레드 후발주자들이 올해 시장에 본격적 진출을 앞둔 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고객사 기반을 지켜내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야 할 이유로 꼽힌다.
닛케이는 "전 세계 중소형 올레드패널 공급량이 2020년에는 지난해의 2배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주체제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져 가격 경쟁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레드패널 가격을 낮춰 공급하면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더 나빠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패널 공급가격은 일반적으로 고객사들과 개별적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며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지만 주요 고객사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