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2018-02-14 15: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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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문제가 한미FTA 재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이 떠오른다.
한미FTA 재협상을 강력하게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GM을 직접 거론한 이상 둘을 분리할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정부의 대응 방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GM 철수를 언급하면서 한국GM 문제를 단순히 개별 기업 사안이 아닌 국가 간 통상현안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연방의회 의원들과 무역 관련 회의를 하면서 “한국GM은 5월까지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디트로이트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GM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는 한국과 매우 나쁜 무역협정을 맺고 있다”며 “한국과 공정한 무역협상을 하거나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그가 한미FTA 개정 협상과 한국GM을 연관짓고 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정치권은 한국GM과 한미FTA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했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미FTA 핵심이 자동차 문제”라며 “한국GM 문제를 FTA 과정에서 잘 언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의에 출석한 김동연 부총리는 “알겠다”며 긍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김 부총리의 발언이 이상한 시각으로 주목받자 기획재정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한국GM과 같은 개별기업 사안을 개정협상에서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한미FTA 개정협상과 관련해 일단 선을 그었지만 개정협상에서 미국의 관심이 자동차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GM 문제가 다뤄진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이전부터 한국GM의 철수 움직임이 한미FTA 개정 협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많았다. 미국은 자동차분야 무역균형을 맞추기 위해 비관세 장벽 해소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GM 등 미국 자동차업계가 안전기준과 환경규제 완화를 요구해 온 것과 결을 같이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GM이 철수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정부가 대응 수위를 높이기 쉽지 않다. 한국GM의 철수가 현실이 되면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미국의 논리가 더욱 힘을 받기 때문이다.
또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의 요구에 강경한 태도로 맞서는 것은 한국GM의 철수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면서 한국GM 정상화와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하지만 한국GM의 철수와 한미FTA 개정협상을 연결하는 것이 꼭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미FTA가 발효된 이후 가장 수혜를 입은 기업이 바로 한국GM이기 때문이다.
한국GM은 2011년 미국에 1만8천 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는데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6만2천 대로 수출물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미국은 한미FTA에 따라 한국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기업인 한국GM의 기여가 큰 셈이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GM이 협상테이블에서 거론되면 오히려 미국의 논리가 깨질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한미FTA 폐기가 이뤄지기라도 하면 한국GM은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피해를 입게 된다. 이 상황에서는 한국GM이 철수라는 카드로 으름장을 놓아도 미국 정부가 원인 제공자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낼 명분이 없다.
한미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한국GM 문제를 다룰지 여부나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는 협상전략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협상대표단의 성향이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한미FTA 개정협상 수석대표인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은 강경한 협상가로 잘 알려져 있다. 김 본부장은 1일 제2차 한미FTA 개정협상을 마친 후 “수세적으로 협상하지 않는다”며 “공세적으로 떳떳하게 나아가라고 지시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